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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곰 Dec 19. 2023

사소하지만 찬란한 순간들

생후 6개월 (+185일)

이제 네가 제법 배밀이를 하는지, 매트 위에 올려두면 360도 회전을 하기 시작했어. 앞으로 전진은 못해도, 뒤로 후진하며 소파 밑이고, 거실장 밑이고 여기저기 집안을 탐색 중인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

요리조리 열심히 후진을 하면서 흘리고 다닌 너의 동글동글 떨어진 침방울을 보면서 우리 딸이 침으로 영역표시를 하고 다녔구나 싶었어. 열정의 침방울은 맑고 투명했단다. 하찮고도 소중한 순간. 엄마가 수없이 흘리는 너의 침방울을 군말 없이 닦아줄 테니 천천히 자라주겠니? 다시 오지 않을 엄마의 전성기인 너의 아기 시절을 엄마가 하루하루 소중히 저장해 둘게.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보여도,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방긋 웃고, 소고기 이유식은 야무지게 받아먹으면서 브로콜리는 바로 뱉어내는 걸 보면 아기도 사람이구나. 너도 알건 아는구나 싶어. 엄마아빠소고기는 사랑이지 그래 맞아.


자다가 뿌엥 울다가도 쪽쪽이를 물리면, 그새 진정돼서 작은 입으로 야무지게 쪽쪽이를 무는 걸 보면 가짜 울음이 이런 건가 싶어. 엄마는 새근새근 자는 네 옆에서 밤새 쪽쪽이 셔틀을 하지만, 이마저도 지나고 나면 얼마나 그리운 시간일까. 저 작은 입도, 작은 손도, 작은 발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한 기억 속에만 있겠지. 이 깜찍한 생명체의 작은 행동, 작은 소리, 작은 손발 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매일매일 누려야지.


고구마가 뭔지도 모르면서 고구마를 보면서 까르르 웃는 너를 보면, 평범했던 하루가 기억에 남을 찬란한 순간으로 뒤바껴. 아니 사실 너의 소리, 몸짓, 눈짓 하나하나에 엄마는 웃을 일 투성이고, 행복한 일 투성이야. 엄마의 세상에 짠~하고 나타나서, 하루하루 기쁨과 행복을 가득 채워주는 우리 딸! 고구마는 조금 더 있다 줄게 침 닦자 ㅎㅎㅎ

내 모든 걸 줘도 아깝지 않은 우리 딸. 오늘도 행복한 꿈 꾸고 내일 또 우리 많이 사랑하자!


아이 없으면 하고픈 것들?

영화 보기, 맛집 가기,
여행 가기, 친구 만나기,
공연 보기
고작 그런 것들.
네가 자라고 나면
지겹고 지겹고 슬프도록
지겹게 할 것들.
그때 꾀꼬리 같은 네 목소리는
동영상 속에만 존재할 테고,
품 안에 쏙 안기는 보들보들 작은 몸은
어색할 정도로 덩치가 커져 있겠지.
하루 종일 엄마, 엄마 부르던 네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을 테고,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순수한 네 눈빛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거야.
지금 내게 주어진 선물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찰나의 축복임을 아는 것.
내 삶에 잠깐 머물다 가는
반짝이는 귀한 손님임을 아는 것.


-출처 : 나는 예민한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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