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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Nov 10. 2023

술 한잔에 배우는 건물주의 고통과 슬픔

'건물주(酒)'라는 술의 의미

우리는 모두 건물주에 취해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고

학생들의 꿈이 건물주인 정도로

우리 한국 사회는 부동산을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가 꿈꾸는 건물주라는 호칭 속에는

일 안 하고 월세나 받으며 살고 싶다는 염원이 깊게 담겨있다.


이 말인즉, 본인이 생각하는 현재의 노동 강도가 높거나

투입되는 노동력 대비 소득이 적다고 느끼는 반증이기도 하다.


.


우연한 계기로 처음 건물주(酒)를 만났을 때

단순하고 직관적인 네이밍과

마치 빌딩처럼 곧은 술병의 디자인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라며 단순하게 접근했다.


병에 새겨진 '건물주'라는 단어와 열쇠 모양의 그림이

마치 이 술을 마시는 동안 건물주가 된 기분에

마음껏 취해보라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기분도 잠시

건물주를 마셨을 때 그 느낌은 매우 놀라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흔하게 편히 마시는 술이

알코올 도수 4.5도짜리 맥주나

기껏해야 16.5도짜리 소주인데

내가 마신 이 술은 무려 42도에 달했기 때문이다.


.


건물주(酒)라고 하면 그 이름처럼

반짝이는 보석처럼 영롱하고 화려하며

유럽의 향수 같은 자극적인 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건물주의 삶은 편하게 월세 받으며

여행 다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화려한 환상을

단 한 번에 깨는 아주 센 맛이었다.


한 잔 마셨을 때

그 강함에 놀라고

두 잔 마셨을 때

'이거 너무 센데?'

라고 생각하게 된다.

세 잔 마셨을 때

사람들은 그 익숙하지 않은 맛에

'너무 세서 못 마시겠다.'

라며 원래 마시던 소주를 시키기도 했다.


.


그러나 몹시 아쉽게도

그것이 바로 진짜 건물주의 삶일 것이다.


처음 부동산 물건을 구하는 과정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

수많은 관계자들과 협의하고 계약하는 과정

유지 보수와 임차인 관리를 위한 혹독한 과정까지

그 어려운 과정들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내가 생각하던 삶이 이게 아닌데? 이거 너무 센데?'

라며 그 길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안정적으로 익숙해질 때

진짜 건물주가 될 수 있듯이

건물주(酒)를 계속 마실수록 그 고된 삶의 과정을 배우게 되고

마침내 그 오래된 깊은 향에 취할 수 있게 된다.


건물주를 권하는 건 달콤한 술 한잔이 절대 아니다.


그 술을 담근 장인의 삶과 노력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 같이 취해나가는 과정이다.


건물주(酒)는 술잔에 담겨 흔들림 없는 맑은 눈으로

이 모든 것들을 말없이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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