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사가 더 모르는 것 같이 느껴질 때

내가 꼭 다 알아야 되나?

by 조훈희

"전무님은 결재를 올려도 아무것도 몰라. 도대체 어떻게 저 자리까지 갔는지 모르겠어."


직장에서 당신보다 직급이 높은 상사나 같이 일하는 직장동료가 무식해 보일 때가 있다. 가끔은 질문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아서 답변을 하기 힘든 질문을 하실 때도 있다. 예를 들면 ‘1 더하기 1은 왜 2지?’ 라는 식의 질문이다.


내가 결재를 올린 것들은 분명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는 업무인데 결재를 올리면 아무것도 모르는 눈망울을 하고 날 바라본다. 하나하나 설명을 하다 보면 점점 답답해진다.

'아니 이 회사에서는 나만 일하나?'

아기처럼 천진난만하고 세상의 경험에 때가 묻지 않은 맑디 맑은 전무님의 눈망울 속에는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는 사실 이미 알고 있는 경우다. 팀장은 당신이 기안을 한 업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잘 모르면 이 기회에 한번 눌러주면서 본인은 알고 있다는 걸 자랑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경우에는 설명을 하기 전에 '전무님께서는 이미 익숙하시겠지만' 이라는 미사여구를 붙여주면서 '전 전무님보다 못나서 이제야 알았어요.'라는 존경의 눈빛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마음 편히 갖고 전무님께서 이미 아실 테지만 굳이 또 설명드리면 된다.

'나보다 실력이 있고 아는 게 많은 상사가 있으니 이 회사는 배울 것도 많을 거야' 라고 즐겁게 생각하자.

둘째는 약간 슬프지만 전무님이 내가 기안한 업무에 대해서 진짜 모르는 경우다. 이 상황은 기안자에게 가장 답답한 상황이다. 나보다 월급을 몇 배나 더 많이 받는 임원이 당신보다 더 모른다는 것이 속상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이런 고민을 팀장님께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니 똑같이 허심탄회하게 큰소리로 대답해 주셨다.

“당신 윗사람이면 다 알아야 되냐? 그럼 대통령이면 세상일 모르는 게 없냐? 그렇게 윗사람이 모르는 것 같으면 회장님께 가서 직접 물어봐 인마!"

직접 경험해본 결과 내일 퇴사할 작정이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를 절대 입 밖에 내지 않기를 권한다.


결국 두 번째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해결책은 '윗사람이 될 수록 내가 모르는 고민이 많나 보다'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전무님의 일과는 매일 손톱을 깎고 집무실 안에서 핸드폰으로 몰래 야구나 유튜브를 보는 일이더라도 ‘손톱과 핸드폰 속에 세상의 모든 이치가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신경을 쓰지 않으면 된다. 내가 전무님 월급 주는 것 아니니 내가 사장인 것처럼 전무님에 대해서 신경 쓰지 말자는 것이다.


더 좋게 생각하려면 내가 하는 업무는 남들이 모르는 업무이므로, 회사에서 나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내 업무를 전무님도 알고, 팀장님도 알고, 동료도 알고 할 수 있다면 회사는 더 이상 나에게 월급을 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열심히 결재판을 펴고 행복하게 설명을 한다.


▼ 조훈희 작가의 출간도서 "밥벌이의 이로움" 찾아보기

http://www.yes24.com/Product/Goods/97173579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