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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FT explorer 허마일 Mar 05. 2020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황홀한 우주여행! 묵직한 질문으로 따듯한 인생을 찾아가다.

2019년 뜨겁게 화제가 되었던 김초엽 작가의 SF문학 단편소설집! 

포스텍 화학과 졸업 후 생화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인재가 소설에 진득하게 우려낸 지식의 깊이!! 

공상과학 소설이라지만,

가까운 미래에 정말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현재 진행중인, 그리고 미래에 올 첨단 기술과 세상에 대한 이해, 그 연결고리를 엮어내는 작가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이겠지요? 


목차

인간배아 디자인, 유전자 조작 인공수정이 가능한 신인류의 세계!  

우주 정거장에서 지구 밖 행성들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면? 

인간보다 더 이타적이고 따듯한 외계인 루이와의 만남! 뭐야 E.T냐.. 

죽은 이들을 인공지능 데이터로 구현하여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도서관! 

이제는 종이책이 사라진… 홀로그램 전자책이라니! (이건 악몽이야...) 


잉? 한 줄 타이틀로 재료를 얼추 뽑아보니 어디서 봤던 거 같은…그닥 참신한 기분이 들진 않습니다만…소재는 소재일 뿐!! 직접 읽으면 발상이나 전개! 흐름! 정말 흥미롭고 프레쉬하다구요! 

같은 김치로 만드는 찌개라도 제가 하는 거랑, 백종원 아저씨의 요리가… 어디 맛이 똑같겠습니까 


일곱 개의 이야기가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다채롭고, 메인매뉴로도 그 어느 하나 손색이 없었지요! 배가 불러도 한 참 부릅니다. 소름이 돋기도 하고. 키야~! 감탄을 내지르기도 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발꼬락을 꼬물거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작품도 있었으니. 실감이 좀 나실랑가요? 

그중에서도 제 가슴을 쥐어 짜낸 <관내분실>의 내용을 한 단락 정도 소개를 해보지요.   


 사람들은 추모를 위해 도서관을 찾아온다. 추모의 공간은 점점 죽음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장소로 변해왔다. 도시 외곽의 거대한 면적을 차지했던 추모 공원에서, 캐비닛에 유골함을 수납한 봉안당으로, 그리고 다시 도서관으로. 도서관을 드나드는 이들 중에 헌화하기 위해 꽃을 가져오는 사람은 없다. 대신 도서관에서는 마인드에 건넬 수 있는 데이터를 판다. 꽃이나 음식, 생전에 고인이 좋아했던 물건들을 모방하는 데이터 조각들이다. 

 사후 마인드 업로딩이 보편화된 것은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처음에 사람들은 영혼이 데이터로 이식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육체는 죽어도 정신은 영원히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곧, 이식된 데이터는 고유의 자아와 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는 반론이 쏟아져 나왔다. 자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이 마인드들을 대상으로 수없이 행해졌다. 오랜 논란 끝에 학계에서는 마인드들이 단지 생전의 망자들을 그럴싸하게 재현해낼 뿐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지 과거의 기억에 근거하여, 죽은 사람의 반응을 가상하여 보여줄 뿐이라는 의미다. 

그래도 마인드를 살아 있는 사람처럼 대하는 이들은 많았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관내분실 중에서 - 


주인공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가 병으로 죽고 난 뒤 이 도서관에 마인드로 기록되었는데, 

이 따님이 얼마나 매정한지.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아. 기계는 기계일 뿐이야, 3년 동안 한 번도 찾아가질 않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임신 8주가 되어서야 엄마에 대한 뼈저린 그리움에, 도서관에 가게 되지요. 비록 인공지능 이지만 돌아가신 엄마와의 간절한 대화가 필요했던 거죠…(있을 때 잘했어야지. 으이그!) 


그런데! 이게 웬일! 엄마의 데이터가 실종된 것입니다.! 누군가가 검색 인덱스를 삭제해서 데이터를 찾을 수 가 없다는데요. 누가? 왜? 뭣땀시? 

주인공은 엄마의 마인드를 찾기 위해 그제야 엄마의 살아생전 흔적들을 찾아가기 시작하는데!! 

과연 가상의 엄마와 주인공은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오 하늘이시여… 


김초엽 작가가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에는 따듯함이 곳곳에 묻어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힘없는 여성, 장애인, 이주민, 비혼모 등 미래의 제도와 시스템 속에서도 여전히 소외와 상처받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아하니, 기술이 가져올 세상을 결코 유토피아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저자의 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깊은 사유, 철학이 담긴 수작이라는 말이지요!  


첨단 과학기술로 인류가 도달한 세계는 정말로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에서 겪고 있는 차별, 억압, 소외, 고통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두 서덩이쯤 던지면서 읽어보세요~ 풍덩 빠진 조약돌이 수면 위에 일으키는 광활한 울림! 여러분도 꼭 느낄 것이라 자부합니다. 저는 반해버렸다고요...  

코로나 때문에 요즘 확 찐자. 많이들 나오지요. 저도 침대 냉장고 책상 침대...반경 5미터의 생활을 지속하다보니. 살이 확 쪘더군요!! 따흑ㅠ배에 튜브가… 이건 마치 행성의 결코 끊을 수 없는 고리인가… 

디룩 찌는 살은 어쩔 수 없다해도, 우리 소중한 멘탈은 찐빵 만들지 말자구요. ㅋㅋㅋㅋ


답답한 요즈음, 이 책으로 시원~ 하게 우주 마실 한 번 나갔다 오시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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