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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FT explorer 허마일 Mar 11. 2020

계획이 다 있었던 시의적절한 책

박창선 작가의 팔리는 나를 만들어 팝니다.

가진 능력을 재주껏 팔아 돈을 벌어보겠습니다.

‘나’를 잘나가는 브랜드로 만드는 35가지 방법!


브랜딩 이나, 마케팅 같은 단어는 여전히 어렵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허나 먹고는 살아야 하니 조금이나마 배우고 싶은 마음에 표지와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주문했습니다.

(사실 훌륭한 마케팅 저서들이 책장에 꽤 있지만, 밤에 방구석에 혼자 있다 보면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거니?’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마다 홀린듯이 업어옵니다. 구름이 떠난 외롭고 추운 밤에 내리는 서리처럼 자주 와서 탈이지요)


막상 열어보니 제가 간절히 기대하던(돈 버는) 내용이 아니더라고요!


마음을 지키고 선순환을 일으키는 속성과 체질: 심리학  

역량을 발휘하고 기회를 거머쥐는 습관과 태도: 자기계발

직장인의 생존 매뉴얼과 효과적 비법 (제안서 작성, 글쓰기, 거절하는 법, 상품 기획법 등): 실용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이 책도 돈을 버는 체질, 그릇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선생님, 언제까지 줄넘기와 팔굽혀 펴기만 시키나이까. 저는 병뚜껑으로 동전을 퍼담아도 좋다고요.


저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북 7회 대상 수상 영예의 책은 역시나 매력이 넘칩니다.

우선 작가의 유머와 위트가 출중합니다.


유쾌하고 재밌는 예시와 비유가 어우러진 쉬운 설명이 물론 인상 깊었습니다만, 애초에 목적성이 뚜렷한 책이니만큼 저는 엄마 지갑에서 지폐를 찾는 심정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때만큼은 트와이스가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이상 다른 것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


책장이 아주 빠르게 넘어갑니다. 살랑살랑. 책에서 앞머리를 휘날리는 봄바람이 불어옵니다.




종종 일을 벌이는 걸 ‘기획 능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건 기획이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 말들을 던지는 것이죠. 기획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과정을 감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략) 내 일의 목적은 무엇인지 등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마무리를 지어야 우주로 가지 않습니다. 구심점은 명확하게, 시선은 멀리 둡시다.  


‘그래서 이번 제안서에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문화예술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점이 확실히 강조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요청했다고 합시다. 눈에 거슬리는 단어가 보입니다. ‘니즈’와 문화예술콘텐츠 플랫폼’입니다. 그 니즈란 것이

1.문화예술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2.문화예술을 저렴하게 즐기고 싶다는 것인지

3.문화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는 것인지

4.문화예술을 공부하고 싶다는 것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퇴사해도 괜찮아, 시작이 반이다, 일단 저지르고 봐, 대충 살자. 등의 명제는 일단 접어서 서랍 속에 넣어놓으세요. 안 괜찮습니다. 퇴사하고 돌아서면 끝도 보이지 않는 나머지 인생을 제대로 직면할 테니까요.


메르스 같은 질병, 국가적 재난, 갑자기 교통사고 등등 예측할 수 없는 사고들도 수도 없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경우는 즉각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거나 대처해서 막아야 하는 순발력이 필요해지죠. (중략) 이땐 세 단계를 꼭 기억하세요.


1. 일단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고 대피하기

 - 저는 지금 방구석에 대피했어요! 선생님. 흑흑.

2. 잠시 숨을 고르며 잃은 것과 가지고 있는 것을 정리해보기 

- 네네! 끄덕끄덕 주섬주섬

3. 가지고 있는 것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 네? 어디로..어떻게.. 움직이라고요?


아들아, 역시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작금의 바이러스 사태를 염두에 둔 통찰의 대목에선 영화 ‘기생충’송강호의 명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으나 결코 빤하지 않는 참신함에 덜컥덜컥 발목을 붙잡히더니 어느 순간보니 책에 파묻혀있더군요.  (저 수많은 인덱스들이.... 그 증명입니다.)



능력을 키운다기보단, 이미 가진 나의 능력을 큐레이팅하는 꿀조언에 힘입어

야무지고 영리하게 자신을 불티나게 팔아보고 싶으신 분들,

혹은 저처럼 잉여롭고 한가한 시간 보내시는 분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우리의 이 시간을 더 높이 뛰기 위한 웅크림으로 탈바꿈시키기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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