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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 수박 하나로 오픈런시키는 방법

by 유인규



당당 치킨, 어메이징 완벽 치킨, 한통 치킨 등 파격적인 가격으로 대형마트 오픈런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타이밍도 아주 적절했다. 당시 유명 브랜드 치킨 가격 인상으로 서민 음식이 이렇게 비싸도 되나?라는 불만이 극에 달했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수박이다. 대신 파격적인 할인으로 인한 오픈런은 아니다.


무엇이 동네 마트도 아니고 백화점까지 오픈런을 하게 만들었을까?








현대백화점 커팅 서비스


커팅 서비스로 백화점까지 오픈런


수박은 알다시피 손질하기 가장 까다로운 과일 중 하나다. 그렇다고 안 먹기엔 너무도 매력적인 달콤한 식감.


그 귀찮은 손질과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 주는 커팅 서비스로 자취생은 물론 주부들을 백화점으로 오픈런시키고 있다.


안 그래도 오프라인이 온라인에 점점 밀려나는 시점에서 이런 사례 하나하나는 백화점 입장에서 너무도 소중하다.


최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집중하는 건 굳이 오프라인으로 와야 할 이유를 설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오기만 한다면 다른 상품도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둘러보게 된다랄까.


수박 커팅 서비스도 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객들은 대기 번호를 받고 작업 완료 알림이 올 때까지 다른 층 매장을 구경하거나 점심을 해결하며 기다린다.






기존 온라인으로 대체되기 쉽지 않은 영역은 '신선식품'이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최근 쿠팡과 컬리에서 공격적으로 신선식품을 확장하고 있다. 쿠팡은 가격과 편의성을, 컬리는 품질과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세워서 말이다.



에이.. 그래도 신선식품은 오프라인에서 사야지



코로나로 이커머스 열풍이 불 때도 이 인식만큼은 견고했다. 하지만, 온라인 신선식품의 가파른 성장을 보면 이 말도 옛말 같다.


기존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은 가격이 싸도 품질 일관성에서 일부 불만이 존재했는데, 컬리처럼 프리미엄을 추구한다면 이 걱정조차도 해결된다.


즉, 이제는 단순히 상품이 아닌 그 이상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형마트에서 식당 매대 범위를 넓히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직접 와서 먹어야 더 맛있는, 그리고 주변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지방 유명 식당을 입점시킴으로써 이끄는 것이다.


분명 고작 커팅 서비스 때문에 백화점까지 오픈런을 한다고?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듯하다.


이미 쿠팡 등에서 손질된 수박을 판매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구매했지만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통수박 대비 가격이 비싸건 당연하고, 갓 썰어낸 수박보다 신선도가 아쉽고 물린 것들이 있다는 말들이 다수다.


또한, 눈앞에서 해체한 수박과 이미 완료된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 역시 다를 것이다. 수박은 껍질이 두꺼운 과일로, 해체하면 양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러니 이미 해체된 상품을 보면 정말 이게 1개 양인가?를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은 자연스럽게 신뢰성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번거로운 일을 덜어주는 동시에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말이다.


이게 핵심이다. 가격과 양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충족시켜 준다. 단순히 신선도뿐만이 아니라








경험, 경험, 경험. 요즘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강조하는 단어다.


단순히 가격적인 혜택만으로는 힘들다. 오프라인은 어떤 상품이든 경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차별화된 경험이 오프라인의 유일한 생존수단이 아닐까.


앞으로 더 재밌는 기획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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