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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인규 Jan 01. 2019

여행 예능의 허상에 대해




요즘 방송의 트렌드는 누가 뭐라 해도 먹방이다. 본인이 직접 먹지도 않는데 이에 열광하고 이 콘텐츠 하나로 대박 나는 사람들이 꽤나 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리만족이야말로 요즘 미디어의 최고 트렌드가 아닐까 하다. 그 대리만족을 극대화시켜 줄 방송은 뭘까. 바로 여행이다. 먹방은 물론이고 유명 연예인 그리고 환상적인 여행지로 다채로운 만족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유행이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미디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예전과 비교했을 때 여행 예능은 급격히 늘어났고 일회성으로 끝나기보다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로 인한 변화도 만만치 않다. 여행 예능을 통해 소개된 스페인은 방송 전과 방송 후로 나뉠 정도로 여행자 수의 급증을 일으켰고 크로아티아 같은 경우에는 곧 직항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이제는 관광지를 어떻게 개발할까 보다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핵심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여행지를 홍보할 때 미디어만 한 것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여행을 가고픈 생각이 들려면 적어도 그럴 마음이라도 들게 할 그려질 모습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처음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은 절대다수가 미디어를 통해서일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여행지, 그리고 실제로도 많이 간 여행지는 이 미디어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방송을 통해 이제까지는 잘 안 알려졌지만 만족도가 높은 훌륭한 여행지를 소개해준다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평소에는 몰랐지만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은 새로운, 색다른 관광지를 알게 되는 것이고,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유명하지 않았던 곳이 활기를 띄면 직항지가 생긴다던지 등 훨씬 더 접근하기가 편해지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만 봤을 때는 여행 예능이 여행산업에 가져오는 이득은 막대해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꿔보면 여행 예능이 썩 좋은 면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스페인을 예로 들어 보면, 방송에서 스페인을 소개한 것이 비교적 최근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정글의 탐험도 아니고, 굳이 방송이 아니더라도 유럽 했을 때 스페인을 먼저 떠올렸을 사람은 분명 여럿이었을 것이다. 또 여행 예능이 아니더라도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자주 방영이 되었고 유럽을 대표하는 관광지라 함에 손색이 없을만한 곳이다.


그런데 고작 한 번의 예능을 통해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뺏은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스페인의 매력 때문이겠죠 라 해야 할까? 그렇다면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 테마 기행 같은 전통적인 여행 프로그램은 어떤가. 내용적인 부분만 본다면 이 프로그램들은 현지 정보와 현지인의 역사와 문화, 삶의 모습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훨씬 더 그 나라의 매력을 오롯이 보여줄 텐데 말이다. 너무 진지해서? 너무 담담해서?라는 이유로 여행 예능을 더 선호한다면, 이는 여행지 자체의 매력보다는 유명인을 통한 재미에 좀 더 집중한다는 것 아닐까.








이미지 소비로 완성되는 여행 예능








이미지 소비: 상품이나 서비스가 본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소비자의 상품 구매나 서비스 선택이 이미지로 좌우된다는 것. 따라서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는 기업은 상품 구매에도 그 이미지가 결부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여행 프로그램과 최근 여행 예능의 큰 차이점은 연예인이 집단으로 참여했느냐 안 했느냐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차이는 같은 여행지를 다뤄도 전혀 다른 방향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어진다. 전통 여행 프로그램은 그저 오롯이 여행지 그 자체에 집중을 하면 되지만, 최근의 여행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이 집단 참여한 만큼 제작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그에 걸맞은 수익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청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지도 여행지지만 재미에 상당히 초점을 둘 수밖에 없어진다.


그러니 자연스레 그 나라 전체의 오롯한 모습보다는 좀 더 흥미를 끌 수 있는 단편적인 모습을 위주로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고, 연예인이나 유명인이기에 가능했던 일정이나 상황들이 마치 자신들에게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착각을 심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그런 걸 구별 못하겠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 일 것이고 이성적으로는 전혀 영향 없을 것 같지만, 여행은 뭔가 특별한 무언가가 있길 바라기에, 이 차이가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떠나 수많은 연예인들과 수많은 카메라가 함께한다면 싹수없던 사장님도 갑자기 친절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여행지의 매력도 중요하겠지만, 특정 상황, 카메라에 보이는 단편적인 모습을 통한 흥미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실제로 여행 예능을 통해 그 나라를 방문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생각했던 이미지가 아니라 실망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 물론 여행지가 여행지만으로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지는 곳이라 매번 갈 때마다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부족한 정보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고 그 오해는 그 주변인까지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분명 여행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는 있지만, 이미지 소비를 통한 여행 붐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꿀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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