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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인규 Jan 06. 2019

호텔도 관광지라 할 수 있을까?




여행을 함에 있어 호텔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일까. 당연히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잠자는 곳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장 중요한 수단일 수도 있을 것이다. 등급도 다양하고 가격 차이도 상상 이상이다 보니 어떤 호텔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여행 스타일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다. 초호화 호텔에 숙박하는데 그저 잠만 자고 오기에는 너무 아까우니 말이다.


나는 전자였다. 아직 학생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호텔에 조금이라도 더 쓰면 그저 아깝기만 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걸 먹거나 체험 활동이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낮은 등급대 중에서도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호텔만이 내 타겟팅이었다. 매번 그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적어도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나기까지는 호화 호텔을 경험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나 홀로 집에 뉴욕편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마음속 한켠으로는 호화 호텔에 대한 호기심은 컸다. 그 이유는 오래전에 봤던 한 편의 영화 때문이었다. 바로 내 인생 최고의 영화, 나 홀로 집에 뉴욕 편때문에 말이다. 케빈이 가족과 떨어져 뉴욕의 초호화 호텔을 이용하는 모습은 보는 내내 나를 설레게 했고, 나중에 꼭 한번 저런 생활을 해보자라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1년을 훌쩍 넘긴 아르바이트를 퇴사하며 자연스레 퇴직금을 받게 되었고, 내 기준에서는 꽁돈이다 보니 한 번쯤 호화스러운 여행도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고학년이 되면서 시간적으로 짧고 굵게만이 가능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2박 3일의 홍콩을 떠나게 되었는데, 평소에는 상상도 못 할 고급 호텔을 예매해봤다. 바로 홍콩 침사추이 주변에서 꽤나 유명한 아이콘 호텔이었다.




홍콩 아이콘 호텔


황홀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집을 가기가 싫었다. 방의 퀄리티도 퀄리티지만 지극히 섬세한 서비스 그리고 여러 가지 부가서비스는 굳이 홍콩을 안 돌아다녀도 될법한 느낌이었다. 내게 있어 지금까지의 호텔은 그저 잠자기 용 수준이었지만, 이 고급 호텔은 내부를 좀 더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멋진 건물, 고품격 서비스, 다양한 부가서비스는 호텔을 위한 여행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고 그래서인지 호텔도 관광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짧게나마 내가 뭐라도 된듯한 느낌이었다.


유럽을 여행할 때는 고급 호텔을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야 유럽의 문화는 한국과 전혀 다르다 보니 볼 것이 넘쳐났고, 호텔에 있는 1분 1초의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권을 여행할 때는 조금 달랐다. 개인차가 분명 존재하겠고 나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솔직히 무언가를 보러 가기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 나라만의 음식, 그 나라만의 문화 그리고 '해외'라는 심리적 만족감을 위해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호텔의 중요성이 이곳에서는 더 크게 느껴졌다.


이 호텔을 계기로 다음번 가까운 해외여행을 할 때는 또 다른 훌륭한 호텔을 경험해보자고 생각했다. 첫 해외여행이 유럽 전반적인 여행이다 보니 그다음 근방의 여행은 확실히 흥미가 떨어졌었다. 건물이 아름답더라도 예전에 봤던 더 아름다운 건물들과 비교되고 음식도, 사람도 솔직히 내겐 유럽이 훨씬 맞았던 것 같다. 하지만 호텔 하나의 차이로 이런 차이를 확실히 메워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적당히 돌아다니고, 적당히 즐겨도 이 호텔이 나머지는 다 채워주기에. 볼거리가 풍족한 곳이 아니라면 호텔을 통해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호텔이 차이나 봤자 얼마나 차이 나겠어.. 라 생각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돈을 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물론 해외여행을 하는 이유는 그래도 그 나라의 매력을 느껴보러 가는 것이기에 호텔에 너무 집중을 해버리면 주객전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멋진 호텔은 충분히 그 나라만의 매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경써보는 것도 제법 괜찮은 선택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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