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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인규 Dec 29. 2018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항상 또 다른 나라를 가보는 것은 대학생활 동안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시간은 넘쳐나도 돈이 부족한 학생이라 마음껏 갈 수는 없었지만, 대학생 때 처음으로 경험한 해외여행 나에게 준  임팩트는 상상 이상이었다. 국내에도 멋진 곳은 충분하나 해외만의 특유 낯섦과 설렘은 비할바가 못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여행을 진로로 생각해본 것은 다름 아닌 군대에서였다. 수많은 사람들과 근무를 며 느낀 것이, 내가 단순히 여행을 좋아함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추천하기를 즐긴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같이 서는 선임들에게 좀 더 흥미롭게, 더 길게 얘기하고팠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감상만으로는 부족했고, 이를 위해 방속 깊숙이 박혀있던 먼 나라 이웃나라 책을 다시 꺼내보고 각종 관련 책들도 읽어보곤 했다. 그래서인지 전역할 때 즈음에는 적어도 내가 갔다 온 여행지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는 수준이 됐었다.



하지만...








여행으로 얻은 것은 무엇이십니까?







그 어떤 질문에도 자신 있었던 나였지만, 한 후임의 이 질문은 나를 크게 당황시켰다. 지금까지 여행을 무언가 얻고자 떠나본 적은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 그리고 힐링을 위해서였지 그 이상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뭔가 실용적인 무언가를 원했던 이 후임에게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난 느낌이다..? 힐링을 위해서였다..?로는 몇십 몇백만 원의 여행을 납득시키기 힘들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전역하는 순간까지 이 후임에게 답변을 못해줬다.


전역을 하고도 이 질문은  나에게 항상 고민의 대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이 나에게 준 것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 그리고 힐링 그 정도였으니 말이다. 지극히 한국스러운 질문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그리 좋은 질문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해답을 찾고 싶었다. 이로 인해 전공 서적을 뒤지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의 글을 읽어 보기도 했는데, 그 도중에 한 줄의 말이 나를 번뜩이게 해 줬다.




여행은 무엇보다도 위대하고 엄격한 학문과도 같은 것이다. -알베르 카뮈-




여행이 학문이라니; 처음에는 전혀 공감이 안됐다. 여행의 핵심은 일상의 탈출, 즉 즐기기 위해서 떠나는 것인데 딱딱한 학문과 비교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뿐이었다. 누가 여행을 공부하기 위해서 떠날까. 그럼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유학이지 않을까.. 단순히 생각해보면 여행을 학문과 연결 짓기에는 본질을 너무 흐려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학문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생각이 있던 것도 한몫한 것 같다.


 하지만 조금씩 고민해보고 내가 갔다 온 여행을 떠올려보니 분명 배움이라는 것은 존재했다. 그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을 위해 떠난 것이었지만 그 새로운 세계는 단순히 새롭다에서 멈추지 않고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전혀 다른 나라이기에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지식이 되었다. 돌아다니면서 먹었던 음식, 만났던 사람, 보았던 건물들. 이것만으로도 그 나라의 문화를 배워가기에는 충분했다.


 와인향이 풍부한 스테이크 한 조각을 맛보면, 프랑스는 마시는 것을 넘어서 음식에서도 와인의 영향이 지대하는 것을. 식당에서 팁을 받는다는 것에서는 한국과는 다른 유럽만의 문화를 알게 된다. 사람은 어떤가, 평소에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독일인, 한국의 남자 평균 키가 여자 평균과 비슷한 네덜란드를 보면 이 역시도 그 나라의 특징 그리고 문화의 하나를 알게 된다. 건물은 뭐 말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던 것이 직접 보고 느끼면서 오롯이 내 것이 되었던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보고서 알게 되는 것은 마치 뇌의 다른 곳에 저장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여행 후 나의 변화였다. 생각보다 별로였고, 관심이 없는 곳은 해당이 안됐지만, 감명 깊었고 황홀했던 나라에 대해선 좀 더 알아보고 싶던 생각이 컸다. 가이드북의 빽빽한 설명들이 처음에는 귀찮게 느껴졌지만, 흥미롭기에, 좋았기에 그 관광지에 대해 더 알아보곤 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런 나라들이 미디어에 노출되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되었고 예전이었으면 지나쳤을 것들을 다시 한번 마주 보게 되었다. 한 번의 여행이 나의 시야를 더 넓게 해 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언인지를 알게 해 준 것이었다.


학문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인문학, 역사, 철학, 종교학, 언어학, 사회 과학, 미학 등 한 나라를 표현하는 것들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여행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깊이로 따져봤을 때 엄격한 학문이라 표현하기에는 한참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오감을 통해 다양한 것을 알게 해 주고 그중에 진정한 자신의 흥미를 찾게 해 준다면, 충분히 학문 그 이상의 역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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