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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muraeyo Mar 07. 2022

혼자, 함께


나는 요즘 매일 산책을 한다. 

나 혼자라면 매일 산책을 한다는 건 생각도 안 했을 테지만, 우리 집에 '두부'가 온 뒤로 매일 집을 나간다.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이곳에서의 산책이 좋다. 

이곳을 '두부'와 걷다 보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그냥 멍하니 걷고만 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오후 4시 30분.

하루 종일 집에서 하얀 컴퓨터 화면에 검은 글씨를 꾸역꾸역 채워 넣다가, 

잠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 시간. 

오늘도 종일 집에서 일만 하는 요즘이다. 

며칠 전부터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하는 한 여자와 강아지를 보게 된다.

가끔씩 멍하게 그 자리에 서서 나무를 바라보다, 

무언가라도 발견한 듯 후다닥 달려가는 강아지를 바쁘게 뒤따라 달려가는 그녀를 보다 보면, 

나는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매일 4시 반경이 되면 여자가 강아지와 함께 지나간다. 

남자는 급한 일이라도 있는 듯 후다닥 테라스를 나온다. 

여자가 길을 다 지날 때까지

남자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나도 가만히 둘을 보기로 한다. 

우리는 서로 누군지 모르지만

매일 잠깐의 시간을 함께 한다.

서로는 모르는 우리의 다정한 바라봄이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혼자를 보내지만


그런 각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순간마다
함께한다.
.
.
혼자의 시선..
그리고 당신의 시선 ⓒmumurae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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