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집사 라이프의 시작
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산다. 이름은 포숑. 일곱 살 딸아이가 지어준 이름이다.
" 엄마, 우리 강아지 키우면 안 돼?”
“ 당연히 안 되지.”
“ 왜 당연히 안 돼?”
“ 엄마는 몸이 아파서 너 하나만 키우기도 힘들어. 산책시키고 목욕시키고 똥 치워주고 할 수 있겠어?”
“ 음.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은데. 응가는 아빠가 치우면 되잖아.”
“ 안 돼. 그럼. 네가 좀 커서 스스로 강아지를 돌볼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
“ 힝 싫은데.”
당연히 안되고 몸 아파서 안 되는 일은 결국 일어났다.
외동아이의 헛헛한 외로움이 지독히 서글펐던 그 계절, 우리 부부는 강아지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비숑을 전문으로 분양하는 곳이 있다 하여 한 번 들러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만난 포숑은 두 손에 쏙 들어올 만큼 작았고 참 따뜻했다.
까맣고 투명한 그 눈동자에 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8월 27일, 우리 가족은 그렇게 네 식구가 되었다.
집에 온 첫날, 포숑은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형제자매들과 부대끼며 석 달을 살았기 때문일까.
낯선 공기 속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고 낑낑 대는 소리에 덩달아 잠을 설쳤다.
마음이 불편했다. 죄책감까지 느껴졌다.
가족과 생이별하여 저렇게 힘들어하는 걸까.
누군가는 데려갔을 아이였지만, 그게 반드시 나여야만 했을까.
불안과 죄책감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오롯한 사랑을 쏟아야겠단 마음으로 바뀌었다.
잊지 못할 견생을 만들어 주겠어
집에 온 지 한 달쯤 지났을까.
포숑은 배를 보이고 자기 시작했다.
개가 배를 위로하고 잔다는 것은 경계심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한다.
그토록 강아지를 원했던 딸아이에게도 강아지와 보낸 한 달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녀의 주요 고충은 이러하였다.
강아지와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불편한 일이다.
바닥에 누우면 머리카락을 마구 뜯는다.
옷 한 번 갈아입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벗어 놓은 양말은 포숑이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배변을 여기저기 하여 냄새가 지독하다.
강아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엄마를 빼앗기는 시간이 많다.
마음 편히 소파에 앉아 책 한 권 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그녀는 일곱 해 인생 통틀어 가장 불편했을 그 시간을 견뎌주었고
마침내 우리 네 가족은 서로의 균형을 찾아갔다.
강아지가 있는 우리 집 풍경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우리 집에는 포숑이 산다.
아니, 우리 집에는 우리가 산다.
" 우리는 개에게 줄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을 주고,
우리가 내어줄 수 있는 만큼의 공간을 주고,
우리가 줄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준다.
그 답례로 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준다.
이것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거래다"
-마저리 패클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