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정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케팅하는 천대리 Jun 17. 2024

달리기에 대한 짧은 단상

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그렇게 달렸을까

최근에 시작하게 된 운동이 있다. 바로 달리기다.


요새는 한강 둔치나 트랙만 가도 삼삼오오 달려 모이는 크루들을 많이 볼 수 있어 그리 생경한 운동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힘들겠다’라는 수식어가 먼저 떠오르는 운동이었을 뿐 힘겹게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학창 시절 체육시간 오래 달리기 시험 이후 흙먼지 가득한 운동장에 힘들어 헥헥대던 내 모습이 오버랩될 뿐이었다.


하지만 항상 궁금함은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최애 서점의 사장님, 애정하는 회사동료까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러닝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러닝이 뭐길래!


사실 이전에도 몇 번 달리기를 시도한 적은 있었다. 내가 뛸 수 있는 한계는 언제나 동네 호수공원 한 바퀴, 2.5km였고 애정하는 회사 동료가 같이 뛰려면 호수 2바퀴는 뛰어야 한다고 해서 고개를 내저었던 기억이 난다. 난 절대 5km는 못 뛰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내내 2.5km만 맴돌던 어느 날, 생각도 많고 마음이 복잡해 운동화를 신고 나가는 일이 평소보다 더 어렵지 않은 날. 문득 그냥 오늘 2바퀴를 뛰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냅다 달렸다. 2.5km만 뛸 줄 알았던 내가 그냥 5km를 뛰어 버린 것이다. 내 상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뿐더러 페이스도 나쁘지 않았다. ‘나 할 수 있는 사람이었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런 경험 이후로 인생에 있어 많은 일들이 이 원리가 적용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다. 해보지 않고 안될 거야 라는 생각에 얽매여서 내 한계를 내가 스스로 지정해버리지 않았는지. 나 또한 그날 5km를 뛰어보지 않았다면 나는 평생 병에 갇힌 벼룩처럼 2.5km만 뛸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10km를 1시간 안에 뛸 수 있게 되었고 올 가을에는 하프(21km) 마라톤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물론 실패할 수 있지만 2.5km의 나처럼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 일 테니까. 하루하루 러닝 키로수를 늘려나가는 것처럼 내 한계도 내 가능성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러닝에서 인생을 배우는 요즘, 내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이번주도 열심히 뛰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앞의 생, 생의 본질에 대한 로맹가리의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