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에서 모루인형까지 굿즈의 세계
한때 아이돌을 모델로 한 광고캠페인을 할 때 빼놓지 않고 제작했던 건 포토카드와 브로마이드였다. 제품의 구매를 미끼로 이런 판촉물을 걸면 매출은 드라마틱하게 상승했고, 그 달콤함을 알게 된 건 연예기획사도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GWP(Gift with Purchase)라고 해서 모델계약을 할 때 판촉물의 종류와 개수를 제한하는 형태가 일반적이고, 기획사에서 자체 굿즈 사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공식 굿즈와 겹치면 안 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굿즈라는 말은 원래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시작되었는데, 특정 아이돌 혹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이미지를 활용해서 제작된 다양한 상품들을 뜻한다. 주로 포토카드, 엽서, 스티커, 키링, 클리어파일, 아크릴스탠드 같은 아이템들이 많다.
본디 박물관이라 하면, 진중하고 자못 고루한 이미지로 각인되기 십상인데, 어느 순간부터 국중박(국립중앙박물관)에 가고 인스타에 달항아리나 사유의 방을 인증하는 포스팅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물론 세련된 큐레이션과 기획전시가 있겠으나 MZ들이 함께 열광한건 국중박 굿즈였다. 문화재라는 IP를 가지고 이토록 힙한 굿즈라니! 디자인이나 퀄리티만 봐도 소장각인데 그 근원에는 왠지 모르게 더 있어 보이는 박물관이 있다. 이런 굿즈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교양과 취향을 뽐낼 수 있어진 것이다.
본래 굿즈란 본인이 덕질하는 주체로부터 시작한다지만 국중박은 오히려 굿즈로부터 본체의 덕질이 시작된 특이케이스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본체의 브랜드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오래된 브랜드들이 새로움을 주고 싶을 때 자주 선택하는 마케팅 툴이 바로 캐릭터 콜라보다. 헬로키티를 필두로 쿠로미, 마이멜로디, 시나모롤 등등 끝도 없는 세계관을 자랑하는 산리오 캐릭터즈부터, 전통의 디즈니 그리고 포켓몬빵의 재유행을 몰고 온 포켓몬까지.
평범한 제품이 캐릭터의 옷을 입는 순간 캐릭터의 팬덤을 고객화시키는 매력 때문에 많은 브랜드 마케터들이 한 번쯤 시도해 보는데 문제는 비용이다. 보통 라이선스 계약은 미니멈 개런티와 러닝로열티가 메인인데 판매가/출고가의 몇%를 IP사용료로 지급하느냐, 그리고 그 최소 보증금이 얼마냐로 구성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인기 있는 캐릭터들은 사용료가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IP사용료를 지급했다면 최대한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기존 그 IP가 소비되는 방식에서 뭐라도 하나 새로움이 있어야 소비자가 반응한다. 굿즈의 세트감, 캐릭터와 연관성, 굿즈 트렌드 반영 등을 고민해야 한다.
요즘은 커스텀이 대세다. 가방에 달고 다니는 모루인형에 그때그때 옷과 액세서리를 바꿔주기도 하고, 키링 하나에도 이니셜은 물론 원하는 다양한 아이템을 장착해 나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굿즈도 완제품이 아닌 내가 직접 커스텀하는 아이템들이 나타나고 있다.
빙그레 비밀학기를 수강하면 나만의 토템을 추천해 주고 직접 눈코와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모루인형 키트를 제공해 준다. 토템이라는 이름으로 모루인형에 투게더, 바나나맛우유, 꽃게랑 모양의 소품을 붙일 수 있다. 오브젝트는 파우치에 다양한 최고심 와펜을 커스텀으로 만들 수 있는 팝업을 열기도 했다. 오뚜기가 오브젝트와 콜라보해서 열린 팝업에서도 각종 오뚜기 제품 모양의 와펜으로 원하는 조합을 꾸밀 수 있게끔 했다.
같은 굿즈라도 나만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데에서 착안한 것.
소비자의 취향은 끝없이 진화하고 브랜드는 이들을 자신의 팬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굿즈를 기획한다. 어디까지나 굿즈는 브랜드의 핵심이라기 보단 부수적인 요소다. 그래서 본체에 대한 집중이 우선시 되어야 하겠으나 굿즈를 만든다면 지금의 트렌드와 대중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