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일라 Jul 27. 2022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

'함께'와 '가르침'의 본질에 대하여

서론


   책을 읽기 전, 벨 훅스(글로리아 진 왓킨스)의 생에 업적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그녀가 추구하고자 한 삶의 의지, 방향 그리고 교육에 관한 신념과 사랑과 정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들이 펼쳐진다. 비록 그녀를 글을 통해 만나오고, 상상 속에서 조용히 대화하던 독자였지만 그녀가 내게 미친 영향은 분명하고 장대했다. 이러한 영향들은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 속 구성된 목차들만 눈으로 훑어도 그려진다. 가르침 1-16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책 안에는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을 그녀 생의 연구와 깨달음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실용적인 지혜를 제공하고자 한다. 사랑과 정의에 관한 글이든, 존재의 중심에서 근본적으로 반인종차별주의자가 되도록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백인들에 대한 글이든, 교육자와 학생 간의 성(sex)과 권력 문제에 대한 글이든,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죽음과 죽어 가는 일에 관한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그리든, 이 책의 글들은 희망을 말하기 위해 쓴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진정으로 가르치고 배울 때 항상 따라오는 공동체 정신에 대한 우리의 집단적 의식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xxvi) 옮긴이 김동진의 말, <벨 훅스:당신과 나의 공동체>



배우려는 의지, 세상이라는 강의실


   비록 역사 속 세상의 배움은 가부장제로부터 이루어졌지만, 끊임없는 운동가들의 도전으로 저항과 도전은 이어져왔다. 젠더에 기반한 지배를 강화하는 성차별주의적 편견이 있는 지식과 젠더 평등 인식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강화하는 종류의 지식에 기반한 배움을 받아온 우리 모두는 세상을 강의실이라고 바라보지 못하고, 단지 일방적인 학습에 익숙할 뿐이다. 이런 맥락 안에서 그녀는 세상이라는 강의실을 짧게나마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비판적인 자세를 갖추고 마음을 여는 방법을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에 대해 급진적이고 자유롭게 제시한다. 동시에 희망에 관한 필요성과 의미를 이야기하며 공동체를 그리고 있다.



   처음 사회학에 관해 집어 든 책은 번역자이자 페페스터디 연구소 대표인 김동진 선생님께 추천받은 ‘정말로 누구나 평등할까?(2016), 오즐렘 센소이’였다. 작가의 사회 정의를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면 좋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는 벨 훅스의 비판적 사고 가르치기:실천적 지혜 (Teaching Critical Thinking)에서 이야기하는 본질과도 닮아 있다. 벨 훅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공동체에서 가르치기, 사랑으로 가르치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잘 가르치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은 ‘섬김’에 전념하는 것이라는 사실과, 사회 속 인종과 계급을 넘어 다양한 방향으로 매일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온 그녀다.



교육, 영성 그리고 사랑


   그녀는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끊임없이 연구해온 것처럼, 단 한 가지 분야의 이론만 다루지 않기에 사실상 업적을 따라가려면 그 양은 셀 수 없이 방대하다. 하지만 그녀가 변함없이 믿어왔고 교육에 녹여낸 한 가지는 바로 영(spirits)적인 가르침, 즉 영적인 삶이다. 삶과 죽음 그리고 영에 대하여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는 이러한 가르침은 그녀가 이 책에서 종종 인용하는 파커 파머(미국의 작가, 교수, 운동가)의 신념과도 일치한다. 바로 교육, 가르침과 배움은 정보를 수집하거나 직업을 얻는 것 이상의 것이며 치유와 온전함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삶의 생명력을 새롭게 하는 일에 관한 교육은 사실 세상 곳곳에서 차별적, 폭력적, 비소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에 비통함을 숨기지 않는 벨 훅스는 강의실에서 영성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회자한다. 영적 실천이 진보적인 가르침과 진보적인 정치학을 유지하고 돌볼 수 있으며, 해방을 위한 투쟁을 강화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여러 대상을 통해 실천해오고 있지만, 그녀의 말처럼 오직 사랑으로 가르치고 돌봄, 헌신, 지식, 책임, 존중, 신뢰로 무장한 교육자가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위해 노력할 때 강의실에서 문제의 핵심에 곧장 다가설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나는 학생들에게 진실하고, 존중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으며 신뢰를 가장 앞에 두고 교육을 행해왔는가? 나의 지난 책 <어젯밤, 파리에서> 쓴 것처럼, “학습자들은 내가 전달하는 모든 단어와 톤, 그들에게 비추는 태도를 한 톨도 남기지 않고 흡수하며 그들 자신의 마음속에 저장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을 나는 몇 년째 이어오고 있는데, 이유로는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늘 그들은 내게 영감과 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영혼을 포옹하는 일은 내게 지금까지도 가장 큰 도전이자 사랑이었다. 그녀의 신념이 나의 지난 교육 지침에 분명한 나침반이 되어주었음을 이 글에서 밝힌다.



   그녀의 말처럼,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일하는 것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도록 내 삶을 바꾸어 갈 수 있을 때’를 더욱 갈망하며 <벨 훅스:당신과 나의 공동체> 읽기를 마치고 덮었다. 또다시 가르침과 사랑,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나의 마음이 세상으로 인해 흔들릴 때 그녀의 책을 다시금 펼쳐보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단 한 문장을 끌어내린다면-온전히 현재에 존재하고, 미래가 위태로워지리라는 걱정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즉 강의실의 ‘지금’을 즐기라고 가르치는 것은 진정한 교육자라면 꼭 해야 할 마음 챙김의 실천이라는 말을 고를 것이다. 이는 오직 교육자들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를 향한 이야기라 믿기 때문이다.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함께 만들 수 있는 배움의 세계를 경험하면 오게 될, 우리를 현재, 지금, 우리가 진짜로 존재하는 바로 그 장소로 되풀이하게 만들 황홀한 순간을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시대의 한국 재즈신> 비하인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