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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Feb 12. 2022

#03 집/일 구하기①

마음을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내게 맞는 집

포기할 건 포기하자!


집은 한국에서 미리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인터넷 상에서 집을 구하려고 하면 어려운데 대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초보 워홀러가 장기간 구할 집을 구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아무래도 직접 가서 보고 결정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에서 대만 게스트하우스에 연락했고 2주 동안만 사는 것으로 예약을 해두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게스트하우스 입장에서는 장기 투숙이다 보니 할인을 받아 훨씬 싼 가격으로 있을 수 있었다. 

그렇게 대만에 와서 운 좋게 게스트하우스 근처에서 일을 찾게 되었고 막상 생활해보니 전혀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매니저와 가격 합의를 본 후 계속 장기투숙을 하게 되었다. 타이페이에서 집을 구하는데 비용은 보통 시세가 대략 10,000~15,000 TWD 정도(한화 38만 원~57만 원)라고 보면 된다. 


대만에 있는 동안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한국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내가 봤을 때 적은 돈으로 완벽한 집을 바라기 때문에 구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일반화를 할 순 없겠지만 내가 겪었던 분들은 가격은 싸지만 완벽한 집을 원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바퀴벌레도 없고 집도 깔끔하고 위치와 시설이 좋은 집은 20,000 TWD이상의 가격으로 찾으면 쉽게 구할 수 있다. 그 이하의 가격이라면 조금 마음을 비우는 순간 훨씬 수월하게 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만은 아열대 기후로 고온다습해서 여름에 바퀴벌레가 정말 정말 많다. 우리나라 퀴벌이와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정말 너무나 크기 때문에 아마 퀴벌이를 극혐 하는 분들은 바로 한국행을 결정할 수도 있다ㅠㅋㅋ고층이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내가 묵었던 호텔 고층에서도 발견된 적도 있었다. 대만에서 생활하면서 바퀴벌레는 익숙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나도 정말 바퀴벌레를 싫어하지만 대만에서 산 지 6개월 정도 지나니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졌었다XD


타이페이 면적이 서울보다는 작고 MRT(지하철)도 잘 배치되어(?) 있어서 사실 어디에서 살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내가 살았던 시후(西湖)도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백화점, 대형마트(까르푸), 학교, 야시장, 공항 등이 가까워 살기 좋았다. 일자리도 집 근처에서 구했기 때문에 아직도 내 대만에서의 고향은 시후라고 생각할 정도로 살기 좋았던 곳이다. 

결론은 자신의 예산이 별로 많지 않다면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을 미리 생각하고 나서 집을 구한다면 선택의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다. 


대만의 집들은 당연히 우리나라와 조금 차이가 있다. 일단 대만의 땅값은 도쿄의 땅값과 맞먹을 정도로 너무 비싸다. 때문에 물가에 비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사이트를 보면 방의 종류가 좀 나눠져 있는데 야팡(雅房), 타오팡(套房)으로 나눠져 있는데,


야팡(雅房) : 야팡(雅房)은 화장실을 공유하는 방이다. 큰 집을 여러 개의 원룸으로 나누어놓은 식이라 우리나라의 셰어하우스와 조금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집마다 조건이 다르겠지만 방 안에는 침대, 책상, 에어컨 등이 잘 구비되어 있어 살기 좋다. 화장실을 공유한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타오팡(套房)보다는 좀 더 싼 가격으로 방을 구할 수 있다.  


타오팡(套房) :  타오팡(套房)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원룸 형태로 주방이 없는 경우도 많다. 깔끔한 곳을 찾을수록 가격은 높다고 보면 된다. 


건물의 외관도 '와 진짜 허름하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세상 깔끔한 집들이 많이 있다. 겉모습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대만 사람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구하지?


대만에서 방을 찾으려면 직방, 다방 같은 사이트처럼 591이라는 사이트(https://www.591.com.tw/)에서 방을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보증금이 비싼 편이라 싼 곳은 오백만 원, 보통은 천만 원 이상이지만 대만은 보증금이 대략 두~세 달 월세로 책정되어있다. 계약 기간도 보통 1년이지만 방주인 분들과 잘 이야기하면 6개월로도 조정할 수 있다. 


집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나 대만에서나 똑같다. 만족할 만한 집을 구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집주인들이 대놓고 외국인을 거절하기도 한다. 게다가 중국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중국어로만 되어 있는 사이트에서 집을 알아보는 것이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지인 찬스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분들을 만나서 집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역시 사람이다. 타국에서 도움을 주는 같은 한국 사람들을 만나면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가. 하지만 그걸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를 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집을 구하다가 어려움을 겪어 도움을 요청했던 친구가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집을 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한국 사람을 알게 되어 부탁을 했는데 그 친구는 통역비라고 생각해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지만 내가 듣기엔 그렇지 않았다. 일당으로 받는 형태였는데 일부러 아주 비싸거나 아주 허름한 곳만 보여주고 너에게 맞는 조건의 방을 또 보고 싶으면 내일 다시 돈을 가지고 찾아오라는 식이였다. 결국 비싼 수수료만 내고 원하는 방을 구하지 못했다.


나처럼 게스트하우스, 셰어하우스 형태의 집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요즘엔 깔끔하고 안전한 곳들도 많아서 일단 한번 2주 정도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의할 점이라면 게스트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이 거의 대만 사람이 아닌 외국사람들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중국어를 배우러 갔다가 한국어, 영어만 쓰다 돌아올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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