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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소희 Nov 23. 2020

8월엔 식게만 6번


“제사가 한 달에 몇 번 있었어요?”    


“옛날엔, 우린 8월에만 6번 해놔서.”

(옛날에는 8월에만 6번 했었어)  


“예? 8월에만 6번이요?”    


“6번 허고 정월 맹질 허고 허나신디, 이젠 웃대 할머니, 할아버지 다 합제해부난, 이젠 어서. 옛날엔 8월엔 제사만 여섯 번, 또 촐허지, 아이덜 운동회 허지. 정신어서. 진짜."

(6번 하고 정월 명절도 했었어. 이젠 윗대 할머니, 할아버지 다 합제해서, 이젠 없어. 옛날엔 8월 제사만 6번하고, 또 촐하고, 아이들 운동회하고. 정신없었어. 진짜)    


옛날 8월은 정말 바쁜 일상이었다고 했다. 촐하고, 물질하고, 명절이 다가오면 식게 그릇들 다 꺼내 햇빛에 말리고 했었다고 얘기했다. 이렇게 바쁜 8월 한 달에 식게를 6번이나 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 될까?


그래도 묵묵하게 식게를 정성으로 지내던 제주 여인들의 노고에 고개가 숙여졌다.     



고사리, 콩나물, 청묵, 빙떡 등 각종 재료를 준비하고 손수 만들며 식게를 준비하는 제주 어르신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노고에 대한 댁가를 바라지 않으셨다.


그리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이런 말을 남겨주셨다.     


”이제는 앞으로 젊은사람 허는 데로 따라야지, 이 노인넨 필요 없어. 너희들 마음대로 해라, 이제. 제사도 귀신이 아니, 우리 먹을 거니까. 이젠 귀신 없다고. 난 그렇게 얘기허고 싶어. 너희들 마음대로 간단하게 촐려서 간단하게 먹자. 그리고 젯상에 올리는 것도 딱 허게. 간소하게 하는 게 제일 좋아요.    


“부모님 마음인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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