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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Jun 23. 2022

<1984>처럼 극찬받는
첫 문장을 쓰고 싶다면

첫 문장에 영혼 말고 이걸 담자


 소설에서 첫 번째 장만큼 쓰기 어려운 부분도 없다. 그중에서도 단연 까다로운 것은 ‘첫 문장’을 쓰는 일이다. 어떤 첫 문장을 선택하게 될지는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조지 오웰《1984》에디터스 컬렉션(2022),  문예출판사



 우선, 세상의 모든 소설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첫 문장 중 하나인 《1984》의 첫 문장을 살펴보자.



4월의 어느 맑고 추운 날, 시계들이 열세 번 울리고 있었다.



 이 문장을 읽으면 독자는 호기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중에 말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4월은 조지 오웰의 영국 독자들에게 희망과 활기를 암시하는 봄날이었으나, 이 문장에서는 춥다고 서술돼 있다. 그리고 시계가 열세 번 울렸다는 내용을 접하자마자 독자는 이곳, 이 디스토피아 사회는 뭔가 잘못된 곳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에 열세 번 울리는 시계는 없으니까. 나아가 13은 불길한 숫자, 즉 나쁜 일이 벌어질 징조로 통한다.


 오웰은 날씨와 계절, 사실과 허구의 병치를 이용해 작중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그가 창조한 세계의 모든 것에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주제를 밝힌다.







 좀 더 최근 작품을 예로 들자면, 《모털 엔진》은 어떨까.


필립 리브《모털 엔진》(2018),  부키



어두컴컴하고 거센 바람이 부는 어느 봄날 오후,
런던은 바닷물이 모조리 말라붙은
옛 북해의 바닥을 가로지르며 작은 광산 마을을 쫓고 있었다.


 리브는 기본적으로 첫 문장을 배경을 설정하는 데 할애했다. 처음부터 ‘모조리 말라붙은 옛 북해의 바닥’이라는 표현을 통해 생기 없고 메마른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게다가 리브는 독특하고 범상치 않은 행동을 그려 독자의 시선을 붙든다. 바로, 도시가 다른 도시를 추격하는 것이다. 이 내용은 본질적으로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의 전체적 갈등을 좌우하는 전제라고 할 수 있다. 독자가 지금까지 봐온 액션 장면과 완전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설득력 있는 첫 문장은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려면 단 하나의 중심 아이디어를 토대로 문장을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1984》는 작품의 주제에 해당하는 질문을 확립했고, 《모털 엔진》은 배경이 되는 세계의 모습을 확립했다. 이야기의 재미있는 요소를 가능한 한 많이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첫 문장을 위해 한 가지 중심 요소를 고르고 나면 나의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바로 그 요소에 독자의 초점을 집중시킬 수 있다.


 꼭 이야기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첫 문장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흥미로운 중심 요소일 필요는 있다. 첫 문장의 흥미를 돋우려고 이야기의 요소를 과장했다가는 거짓으로 쌓은 긴장 또는 이야기 전반에 관한 그릇된 인상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독자에게 실망을 안길 따름이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생성 편: 마법, 제국, 운명》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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