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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담 Mar 15. 2023

솔직한 글쓰기의 어려움.

솔직한 말, 솔직한 글 



솔직한 말에는 그 사람의 진솔한 매력이 느껴진다. 



"처음 만나지만, 내적 친밀감이 있어서 너무 너무 반가워요."


나는 늘 부끄러워서 먼저 하지 못했던 말을 수줍게 미소지으며 밝게 꺼내는 사람에게서 들었다. 기분이 참 좋았고 배려가 느껴져서 감사했다. 그분은 심지어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 작가님이었는데 말이다. 도리어 내가 해야 할 말이었는데 ... 비슷한 상황에 나는 그 말을 왜 먼저 하지 못하고 반가워하지 못하고 늘 뒤에서 쭈뼛거린걸까 여러 차례 되짚어 보게 되었던 따뜻한 한마디였다. 


생각해보면 솔직한 말을 통해서 스스럼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자주 감동을 받았다. 그 어떤 의도도 없는 해맑음에 기분이 좋아질 때도 많았다. 그 어떤 필터나 버퍼링없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긍정 언어는 그 사람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사랑이 가득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꾸밈없는 솔직한 매력에서 느껴지는 향기는 참으로 진해서 그윽하게 오래도록 퍼져나간다. 그리고 기억에 남게 된다.




솔직한 말과 배려가 없는 말은 같지 않다.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키가 작으시네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부끄러운 나의 말이다. 직접 뵈어 참으로 반갑다는 한마디면 되었을 것을. 솔직한 말이 여과없이 쏟아내는 모든 언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자동적으로 탑재된 사람에게서 나온 솔직한 표현과 여과없는 솔직한 말, 글은 달랐다. 솔직한 말은 배려와 다정함이 함께 할 때에만 매력있는 것이었나보다. 한편 다정함과 배려가 내재화 되어 있지 않은 나라는 사람은 대체로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을 택했던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갈 수 있으니까. 최소한 욕은 안먹으니까.




솔직한 말일까 ? 배려가 없는 말일까?


여전히 헷갈릴 때가 많다. 때로는 특정인에 대한 지나친 호감과 긍정의 표현 역시도 무례함이 될 수 있다. 참 어려운 일이다. 솔직하기도 어려운데 호감을 표시하거나 칭찬을 하는 일 마저도 어렵다니. 여섯살이 된 둘째 수아가 내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엄마가 자꾸 그러면(화를 내면) 마음 속 바늘, 뾰족함이 자꾸 커진다고 한다. 그 바늘이 사라지려면 쉽지 않다는 경고도 몇차례 했다. 내 안에도 뾰족한 바늘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걸까? 감정이 담긴 숙제는 내게 어려워도 참 어렵다. 



배려를 담은 솔직한 말이 어려운 것처럼 솔직한 글도 쉽지 않다. 내 모든 것을 그대로 꺼내어서는 안된다. 솔직한 말처럼,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감상적이 되어도 지나치게 체면을 차려도 글에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적절하게 표현하면서도 적절하게 객관적인 입장을 지켜야 한다.




솔직한 글 checklist

이 기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 비록 "나"만을 위한 기록이지만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면 OK 

 아주 조금이라도, "허영"이나 "과시" 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닐지 다시 읽어보고 또 읽어볼 것.



글에서 과시와 허영을 걷어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글을 쓴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것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런 저런 생각과 마음들을 꽁꽁 묵히는 일을 하지 않기로 해본다. 실패할 것을 감수하고 용기를 내서 가볍게, 좀 더 자주 생각 기록을 남겨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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