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락울 Oct 26. 2021

보통의 새벽

그렇게 느긋하고 아늑한 하루가 지나간다



묵은 일을 했다. 묵은 일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내일은 회사를 가지않는다. 재택근무는 분명 쉬는 날이 아님에도 쉬는 날처럼 느껴져 금요일밤처럼 들뜨게된다. 내일 해야할 업무도 있고 회의도 있지만 늦은 새벽까지 묵은 일을 한다.




1. 찜닭


지난 주 마트에서 떨이할때 사온 찜닭 밀키트를 저녁식사로 먹었다. 원래 사려고 생각한게 아닌, 충동구매한 음식은 얼른 먹어 해치워야한다는 불안감엔 사로잡힌다.(유통기한 임박으로 특가세일 상품은 더더욱!)


근데 그런 식품을 냉장고에 들이고나면 꼭 밖에서 밥을 먹게 된다. 귀찮아서 시켜먹거나 하다못해 혼밥을 하더라도 말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그래도 오늘은 찜닭은 해치웠다. 물리쳤다고 해야하나. 생각보다 맛있었고 저번에 내가 한 맛이 났다. 다른 점은 지난번 내가 만든 음식은 2시간이 걸렸고 이건 40분이 걸렸다는 점. 역시 밀키트가 짱인건가?


특가세일로 닭값도 안나오게 저렴하게 업어왔으니 이번 소비는 매우 그뤠잇이다. 아주 맛있게 먹고도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뜨끈한 밥이랑 먹으면 예술일테다.




2. 글쓰기


한달가량 미뤄두었던 글을 썼다. 나는 다른 플랫폼에서 다른 필명으로 다른 장르의 글을 쓰고있다. 꽤나 성실히 쓰고 있는데 요즘 회사생활이 고통스러워 쓰지못하고 방치해뒀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일 재택근무를 앞둔 오늘 줄줄 써내려가며 기어코 발행까지 완료했다.


생각보다 반응도 좋고 무엇보다 계획하고 미루기만 했던 일을 끝낸 성취감이 압도적이다. 소중한 저녁시간 2~3시간 가량을 빼앗기긴했지만 그만한 값어치의 노동이었다.


또 이렇게 잠에 들지못하고 글을 쓰고있다. 새벽의 힘이란, 아니. 내일 쉬는날이라고 착각하고있는 인간의 힘이란. 아주 놀랍다.




3. 영상편집


최근에 유튜브를 시작했다. 고작 영상 두개가 올라간게 전부지만 그래도 찬찬히 하고있다. 마찬가지로 회사일로 몸과 마음이 성치않아 잠시 편집을 놓고있었다.


그런데 오늘 글쓰느라 앉은김에 시작한 영상편집이 금방 끝나고 와이파이 문제로 업로드는 못했지만 업로드의 모든 준비는 마친 상태다.


이보다 여유로울수가. 이보다 맘이 가벼울수가.




4. 웹툰


보통 창작하는 사람은 아웃풋만큼 인풋이 많다고들 하는데 나는 인풋이 매우 적은 인간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아웃풋으로 쓰고있으니 생각해보면 정말 소모하는 일상만 보낸 셈이다.


근데 오늘은 내일 쉬는 날이라는 착각의 버프에 힘입어 최근 몇년간 보지않았던 나의 최애웹툰을 보았다. 내가 손을 놓은 시간동안 작가님은 꾸준히 연재해주셨고 나의 새벽시간을 보드랍게 채워주고 계신다.


형광등은 끄고 침대 옆 작은 램프의 따듯한 빛에 의존해 웹툰을 보고있자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다. 잔잔한 플리를 틀어두면 금상첨화. 인터넷에서 추천받은 노래도 들어가며 찬찬히 웹툰을 보고있다.




그리고 이 시간, 나는 도토리묵이 몹시 먹고싶어졌다.


내일 쉬는 날엔 도토리묵을 먹어야겠다. 집 청소도 해야지.


그렇게 느긋하고 아늑한 하루가 지나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할까 말까 하다가 말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