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첫 여름이 되었다
루시를 맡은 6개월 동안은
루시의 건강을 비롯한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내게 루시를 부탁한 같은 회사의 부장이
몇 달 전 태어난 아기 때문에
바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루시에게 탈모 증상이 생겼을 때
가능한 내 힘으로 낫게 하려고 했지만
더이상 내가 붙들고 있는 건
루시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 되었다.
‘많이 걱정할 거야.
남의 손에 맡긴 고양이가 아프다는데.
당장 데려가겠다고 해도 할 말이 없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건강하게 보내줘야 했는데...
다 내 잘못이야.’
같은 사무실인데도
부장을 만나러가는 길은 멀고 괴로웠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루시 이야기를 꺼냈다.
배 쪽에 탈모가 생겼는데
병원에서는 원인 모를 증상이라 한다고.
루시가 그 부위를 자꾸 핥는데
넥카라를 하면 밥도 못 먹고 힘들어해서
막을 수가 없다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마치자 부장이 말했다.
“아...그러셨구나.
얼마나 드셨어요? 병원비 드릴게요.”
‘......?’
멍하니 내 자리로 돌아왔다.
덤덤한 부장의 대답이
일하는 동안에도, 퇴근길에도
계속 생각이 났다.
그날 밤 루시를 한참 쓰다듬으며
나는 어떤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부장을 찾아갔다.
“부장님. 루시는 걱정 마세요.
제가 어떻게든 치료해 볼게요.
그리고 혹시 괜찮으시면
루시는 앞으로 제가 계속 돌봐도 될까요?”
부장은 반색을 했다.
“그러면 고맙죠!”
잠시 돌보는 고양이가 아니라
나의 고양이라고 생각하자
두려움과 흔들림이 없어졌다.
그 마음이 루시에게 전해졌는지
루시도 나를 받아주었는지
몹쓸 탈모 증상은 신기하게도
그 날 이후 점차 좋아지더니 말끔히 나았다.
새로운 여름들을 약속하게 되면서
나와 루시의 첫 여름은
비로소 밝아진 것이다.
루시와 나의 6개월이 무기한이 된 날
루시를 맡겼던 이는 내게 말했었다.
“새별 차장님과 우리 가족이
루시를 같이 키우는 걸로 생각해주세요.
여행을 가거나 사정이 생겨서
루시를 맡겨야 할 땐 언제든지 말해주시고요.”
하지만 그 후로 몇 년 더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했을 때도
그는 내게 루시를 물은 적이 없다.
나 또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돌아보면 처음 만났던 날부터
루시는 그저 ‘우리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