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은 기록해야 한다.
어느덧 한국을 떠난지 백일이 되었다.
백일의 기록은 남겨줘야 나중에 새록새록 할 것 같았다.
교환학생으로 덴마크에 있으며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나는 정말 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매달 여행을 다니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터득하고(사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나에 대해 고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진지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나는 지극히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어느 누가 안힘드겠느냐만, 나도 정말 힘들었다.
과제와 공부에 치이는 삶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라니 이 곳에서 백일 있었다고 과거의 내가 상상되지도 않는다.
매일 매일 '죽을 것 같아, 살려줘.'를 입에 달고 살았다. 정말 그렇게 느꼈으니까.
아무리 험담을 하고 싶어도 하지 않고 꾹 참았다. 털어 놓을 사람도 없기도 했고, 거의 유일하게 엄마만이 너는 왜 그렇게 항상 새벽 네시에 잠을 자냐고 물어주면 그제서야 나는 엄마에게 내 속상함을 털어놓고는 했다.
개강 초 외에는 나의 시간을 즐기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개강 초에는 무조건 무엇인가를 많이 하려고 했다.
전시도 보러다니고, 영화도 보고, 내가 좋아하는 소품샵이나 거리를 여유롭게 걸어다니기도 했다.
개강 초에만 누릴 수 있었으니까, 과제마감이 시작되면 또 죽음이 보이곤 할테니까.
여기서 말하는 가장 부정적인 말은 '졸려, 집가고 싶어'가 전부이다.
힘들지도 않고, 유일한 힘듦은 외로움 뿐이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모든 것을 존중하는 덴마크는 과제때문에 잠을 못자거나, 내 일을 포기하거나 하지 않는다. 이게 가장 큰 차이랄까
덴마크는 세계 행복지수 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몇 위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아래에 있었다.
내가 느낀 이 큰 차이점이 행복지수를 판가름짓는 것은 아닐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무엇때문에 그렇게 대학생활에 목을 메었나 싶다.
내 의지도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함께하는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다.
과연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도 덴마크에서처럼 살 수 있을까?
아마 나는 다시 한국의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그럼 나는 덴마크에서의 외롭지만 긍정적으로 변한 나를 그리워 할 것이다.
한국은 너무 빨리 달리려한다.
그래서 나도 빨리 달려야한다. 벅차지만.
우리 모두가 천천히 풍경도 보고, 솔솔 부는 바람도 느끼며 산책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