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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터틀맘 Aug 07. 2020

1단계 전투적 책 육아(?)

[수퍼터틀 키우기] 진단과 실천 사이 (2) 

고기능 자폐와 ADHD를 의심할 수 있는 경계로 보이는 '애매한 녀석'이라는 검사 결과를 듣고 터틀맘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관련된 책과 자료를 닥치는 대로 찾아서 읽는 것이었다. (터틀맘의 책 육아는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그 책 육아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설마 정말 자폐나 ADHD는 아니겠지.' 검사 결과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자폐와 ADHD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책들이 한 권 두권 늘어나면서 터틀맘의 회원 등급은 나날이 올라갔다. 터틀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는 대형 서점에 가서 구입하지 못한 책들을 읽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카페에 서둘러 가입하고 밤새워 글을 읽었다. 해외 서적은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읽었다. 책 저자를 검색해서 관련 동영상과 웹사이트를 찾았다. (이런 기세로 논문을 쓰면 한 달에 한 개씩 쓸 듯)

 


터틀맘이 본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자폐와 ADHD의 세상은 낯설고 넓었다.  


   

도대체 자폐란 무엇인가? ADHD란 무엇인가?


자폐성 장애(autism)를 가진 사람들은 대인 관계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며, 제한된 관심사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폐성 장애는 고전적 자폐증(말을 못 함, 사회적 고립, 지적 장애, 몸을 흔들거나 손을 펄럭거리는 등의 반복적인 행동)에서 고기능 자폐와 아스퍼거 증후군(좋은 언어 능력, 평균 이상의 지능, 전문 분야에 대한 흥미)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토머스 암스트롱, 2019) 


(스펙트럼이 이런 뜻이구나. 그래서 경계에 있는 애매한 녀석이라고 했구나. 

고기능 자폐가 이런 특성을 보인다면 초등학교 동창이나 대학 동기들 중에도 비슷한 애들이 있었는데... 그때 그 어리숙하면서 덕후 같은 친구들도 스펙트럼의 어디쯤에 있었을까?)


ADHD(Attention Deficit and Hyperactivity Disorder)의 세 가지 핵심 증상은 과잉행동(예: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을 계속 움직임), 충동성(예: 상대의 말을 끊거나 물건을 빼앗음), 주의력 결핍(예: 잘 잊어버리고 일상 활동을 조리 있게 하지 못함)이다. ADHD는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째는 주로 주의력 결핍을 수반하는 '부주의 유형(대개 ADD로 불림)', 둘째는 과잉행동과 충동성을 보이는 유형(주의력 결핍을 덜 강조함), 그리고 셋째는 세 개의 증상을 다 포함하는 유형이다. (토머스 암스트롱, 2019) 


(터틀이는 첫 번째 유형이구나. Hyperactivity는 전혀 없는 부주의한 유형의 거북이... 학교에서도 돌아다니거나 부산스럽지는 않은데 딴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담임 선생님이 말씀하셨지 ㅠㅠ ) 



그럼 자폐와 ADHD의 원인은 무엇인가?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자폐성 장애가 환경적 요인, 대개는 자녀를 달래주지 않은 무신경한 부모(흔히 이런 부모들을 '냉장고 엄마'라고 불렀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졌다.(토머스 암스트롱, 2019) 


(흐억 냉장고 엄마! 그래서 터틀이 검사받으면서 부모 설문지와 면담할 때 어릴 때 주 양육자가 누구였는지, 엄마가 직장에 다녔는지 질문이 많았나??? 내가 상냥하고 자애로운 스타일은 아닌데... )


1970년대 자폐성 장애는 생물학적 장애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 임신, 또는 출산 합병증, 바이러스 감염 등이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요인에 의한 뇌 손상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진다. (토머스 암스트롱, 2019) 


(휴 부모 때문이 아니라 생물학적 원인이라네. 터틀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그럼 유전?!?!?!)


ADHD는 뇌에서 조절력과 계획을 관장하는 부위(전전두엽)가 감정과 운동을 관장하는 부위(기저핵과 소뇌)를 제어하지 못해서 과잉행동과 충동성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전전두엽의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 한 번에 많은 인지 작업을 조정하는 기능)에도 문제가 생겨 계획, 체계화, 주의력 집중이 어려워진다. 뇌의 화학작용 측면에서는 특히 도파민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파민은 운동 활동, 동기부여, 보상 추구와 관련된 신경전달 물질이다. (토머스 암스트롱, 2019) 

  

(터틀이 뇌가 조절을 못하는 거라고? executive function이 부족한 건 맞네. 주의력 검사 결과에서도 멀티태스킹이 제일 낮게 나왔고... 도파민 부족이 원인이라면 터틀이가 일부러 멍때리거나 다른 생각하는 게 아니고 본인도 모르게 부주의하게 되는 건가? 야단쳐도 계속 딴생각해서 일부러 반항하나 더 혼냈는데... ) 


도파민 조절과 관련된 문제들의 바탕에는 유전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일반 인구의 경우 친족의 5%만이 ADHD가 있는 것에 비해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친족의 25%에 ADHD가 있었다. (토머스 암스트롱, 2019) 


(나도 요즘 집중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내가 ADHD라서 유전되었나? 아님 터틀 아빠?? 부주의한 것이 유전이고 나아지지 않는다면 터틀이에게 뭘 해줘야 하지? )




검사 결과를 듣고 난 후 터틀이와 터틀맘은 매주 놀이치료와 상담을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터틀이는 부루퉁하니 별로 내켜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매주 가는 것으로 익숙해지도록 해야 했다.   


터틀이가 놀이치료 선생님, 원장 선생님과 각각 만나고 나면 이어서 터틀맘에게 5-10분씩 시간이 주어졌다.

 

"선생님, 저도 ADHD 검사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음... 정 원하신다면 검사를 해보실 수는 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굳이 권하지 않습니다."   

"그럼 저도 자폐 성향이 있는지 검사해 볼 수 있을까요?"

"...... 네?"

"자폐가 유전적인 원인이 크다고 하던데 저도 그런지 궁금해서요."

"어머님처럼 저와 눈을 잘 마주치는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은 이제껏 본 일이 없습니다."

"...... (어흠 그런가???)"


아는 게 병이다?
Ignorance is bliss


터틀맘이 책과 자료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터틀이의 하루하루는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갔다. 


아침에 학교 가기 싫고, 

(초등학교 1학년도 아니건만 급기야 터틀맘이 매일 아침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 줌) 

급식(=찐 밥)은 여전히 거부하며, 

(점심을 굶고 집에 오면 너무 배가 고파서 든든한 간식을 바로 대령해야 함)

숙제(특히 독서록 쓰기)는 하기 싫고, 

(달래서 숙제시키다가 열 받아서 "좋은 말 할 때 빨리 하자" 모드로 변신. 회유와 협박 무한반복) 

터틀맘이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물어봐도 "별거 없었어" 대답할 뿐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보통 터틀이가 학교에서 집에 오면 간식을 먹고 난 후 조용한 '혼자 타임'을 즐기기 때문에 터틀맘은 오전에 보던 전자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터틀이가 터틀맘에게 오더니 입을 열었다.


"엄마"

"왜?"

"나 다이아몬드를 다섯 개나 캤어."

"(읭? 웬 보석??) 아... 하 마인크래프트 얘기구나?"

"어.. 용암이 있는 옆에 음... 강이 흐르는데... 강으로 가는 길에 바위가 많거든. 엄~~청 많아."

"(난 마인크래프트 관심 없는데...네모돌이들이 맨날 땅 파고 ㅠㅠ) 아 그래?"

"그냥 파봤는데 보통 석탄이 나오잖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응응"

"석탄이 젤 많이 나오고 아니면 그 담에 철광석이 나오는데 나 지난번에 철광석도 많이 캤어." 

"(어쩌라고 ㅠ 난 읽던 책 마저 읽고 싶어) 그랬구나."

"그래서 강 옆에 용암이 있는데... 거기서 곡괭이로 팍팍 파보니까... 엄청 깊은데..."

"(뭘 자꾸 파는 얘기만 하나. 속 터져 ㅠ 저녁 준비하기 전에 저 책을 빨리 읽어야 하는데...) 그래서 다이아몬드가 나왔어?"

"(터틀이가 갑자기 인상을 쓰며) 아니야! 엄마는 왜 내가 말하는데 안 듣고 다른 말해!!

"(깜짝이야) 아니야, 네가 다이아몬드 캤다고 했잖아. 멋져 멋져."

"엄마는 내가 말하는데 잘 듣지도 않구...그냥 그래그래만 하구...책만 보잖아!!!"

"........."


원장 선생님이 터틀맘에게 당부한 것은 터틀이의 불안도를 낮추기 위해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고 터틀이를 관찰하면서 이야기를 잘 들어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눈 밑엔 다크써클을 달고 옷은 손에 잡히는 대로 대강 몸에 두른 터틀맘은 도대체 왜 책을 그리 읽어댔을까? 책 읽기는 터틀이를 위한 것이었을까? 아님 터틀맘의 도피처였을까?   


이후 터틀맘의 전투적 책 육아(1단계)는 2단계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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