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터틀 키우기] 진단과 실천 사이 (1)
"터틀아 빨리 가자"
"아~라써어~"
시계를 확인한 후 부리나케 출발한다. 오늘은 터틀이가 놀이치료를 가는 날이다. 놀이치료 선생님과 만난 지 벌써 일 년 하고도 절반이 지났다. 처음엔 터틀이는 가기 싫다고 버티고 터틀맘은 예약 시간에 늦는다고 소리 지르며 재촉하고 난리법석이었다. 지금은 터틀이도 익숙해졌는지 별말 없이 따라나선다.
터틀이가 선생님과 만나서 놀이치료하는 동안 터틀맘은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오늘은 선생님과 무슨 게임을 하는지 선생님의 우렁찬 리액션과 터틀이의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들린다.
"어머님 들어오세요" 터틀이가 나오고 내가 놀이치료 선생님을 만날 차례다.
"터틀이는 많이 좋아졌어요. 제가 처음 만날 때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불안도도 낮아지고 이야기도 잘해요. 어머님이 집에 계시면서 정말 많이 안정된 것 같아요. 지금 상태로 봐선 놀이치료가 크게 필요하지 않아요."
"네.....에???"
일 년 반 전 대낮에 지하철역 앞에 서서 엉엉 우는 아줌마를 봤다면 당신은 터틀맘을 만났을 확률이 높다. 2주일 전 터틀이 검사를 마치고 이미 마음의 준비는 한 상태였다. 오전에 회사 본부장님에게 퇴사 의사를 밝히고, 오후 반차를 내고 검사 결과를 들으러 달려온 차였다.
결과지를 보며 한장 한장 상세히 설명하던 원장 선생님이 말했다.
"음...터틀이 검사 결과는 현재 상태로 진단명을 단정 짓기 어려워요. 항목별 편차가 큰 편이고 사회성에 해당하는 항목과 처리 속도(processing speed)가 떨어지네요. 진료하면서 터틀이와 만나서 이야기해 보니 질문에 대답을 잘 안 하고 눈 맞춤도 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네..."
"자폐 스펙트럼과 ADHD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만, 진단을 내리기엔 검사 결과가 경계에 있어요. 일단 놀이치료를 정기적으로 하고 진료를 보면서 살펴보죠.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변화가 많으니까요."
"......터틀이가 검사받으러 오기 싫어했는데 그래서 검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서 결과가 더 나쁘게 나온 건 아닐까요?"
"약간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일단 검사를 마쳤으니 결과가 현재 상태를 반영한다고 봐야죠.
(친절하게 웃으며) 지켜보면서 주의력 검사를 한번 해보죠."
".........네"
주의력 검사와 놀이치료를 예약하고 돌아서서 건물을 나서는 순간
눈부시게 환한 오후의 햇살이 가슴을 찌르는 듯 슬픔인지 두려움인지 걱정인지 억울함인지 모를 덩어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사 후에 터틀이가 등교 거부를 할 때도
심지어 검사를 받으러 터틀이를 데려오면서도
그냥 일시적인 거겠지, 원래 성향이 느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느리잖아.
1년마다 이사를 거듭한 네 번째 이사니까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걸 거야.
별 문제 아닐 거라는 생각을 붙들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게 정상일까?
요즘은 터틀이가 잘 웃지도 않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내가 터틀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결국 이런 고민들이 전문가를 찾고 검사를 받도록 했다.
그리고 확인한 검사 결과.
비록 경계에 있다고 지켜보자고 했지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몇 주 후 터틀이가 주의력 검사를 하고 원장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검사 결과는 전반적인 수치로는 괜찮다고 할 수 있는데 분할 주의력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네요."
"그럼 터틀이 주의력은 이상이 없는 건가요?"
"이상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계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그럼 주의력이 많이 떨어지는 건가요?"
"음 쉽게 설명드리자면 터틀이가 (미소지으며) 애매한 녀석인 거죠."
"아......네..."
그리하여 터틀맘은 애매한 녀석 터틀이와 밀착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