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터틀맘 Jul 24. 2020

하루종일 집에서도 행복해요 -코로나 시대 터틀이 적응기

[수퍼터틀 키우기] 환경 변화와 스트레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아침. 양손에 쓰레기를 잔뜩 들고 현관문을 여는데 앞집에서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얼른 고개를 푹 숙이고 "안녕하세요" 인사한 후 그대로 멈춘다. 앞집 아주머니가 지나가신 후에도 아파트 1층까지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허리까지 엉거주춤 굽힌 채 내려온다. 다른 이웃을 만날까 두렵다. 이런 때는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린 것이 다행이다 싶다.


방금 전에 터틀이를 깨우다 깨우다 폭발해서 소리를 질렀다. 앞집 아주머니가 들으셨을 텐데 딱 마주치다니... 부끄러움은 나의 몫. 여름이라 창문도 다 열린 상태라 분노를 담은 내 목소리가 창문 밖으로 멀리멀리 퍼졌을 것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소음 공해 유발자가 되고 싶지 않지만 아침에 터틀이를 깨우면서 번번이 고함치게 된다.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등교를 대신하면서 터틀이는 일주일에 딱 한번 학교에 간다.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침대에서 뒹구는 시간이 더 길다. 터틀맘이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협박해도 벌떡 일어나는 일은 없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지 벌써 5개월 째다. 거의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터틀맘의 스트레스 수치가 치솟고 있다. 원래 주말마다 새로운 장소에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식당에선 안 먹어본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며, 해외 출장 다녀오면 피곤함보다 에너지를 충전하던 터틀맘이 아닌가. 터틀이가 어렸을 때 독박 육아할 때도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일이 없었다. 터틀이와 누나(코알라)를 어르고 달래서 동네 도서관이라도 기어코 나가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터틀맘에게 닥친 현실은 거의 똑같은 매일매일, 하루 종일 집에서 삼시세끼 집밥 준비하기, 그리고 터틀이 재촉하기 무한반복. 무기력함과 속 터짐이 이어지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같이 느껴지는 코로나바이러스는 터틀맘에게 코로나 블루 (corona blue)라는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오고 있다.




느리고 예민한 터틀이는 코로나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지 않을까?

'학교에 못 가서 우울하고 답답한 아이들'  

'코로나 위기로 불안한 아이들, 어떻게 도와줄까?'

언론 기사들을 보면서 걱정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터틀이가 겨울방학에 이어 계속 집에만 있었던 것이 무려 7개월 째다.


"터틀아, 학교 안 가고 집에 계속 있으니 답답하지 않아?"

"(누워서 요즘 빠져있는 책을 보며)...... 아나"

"응??? 뭐라고?"

"(버럭) 답답하지 않다고!! 나 책 읽을 거야. 방해하지 마"       


음.. 그렇군. 터틀이 키가 5 cm나 자라고 몸무게도 6 kg나 늘어난 것이 스트레스받는 자의 상태는 아니지.

그는 집에서 평온한 1학기를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코로나 이전에도 터틀이는 집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 다녀오면 조용한 '혼자 타임'이 필요한 아이였다. 친구들과 노는 것도 재미있지만 매일같이 우르르 여러 명과 무리 지어 다니며 노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일상의 루틴이 깨지거나 환경이 갑자기 변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등교 대신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서 일상생활이 더 단순해지고 활동 범위가 줄어들었다. 게다가 엄마도 외출 못하고 매일 집에 있으니 (소리 지르고 잔소리는 하지만) 터틀이가 숙제하다 질문할 때 편하기도 하고. 심지어 엄마가 갑자기 어디 가자고 하지도 못하니 일상의 루틴은 아주 안정적으로 지켜진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터틀이에게 보다 편한 환경이 된 것이다!  



당신과 닮지 않은 아이,
당신이 이해하기 힘든 아이는 
바로  다른  때문에 
당신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상황들을 
매우 수월하게 해결해내기도 한다
[리처드 템플러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100가지 지혜']


터틀맘에게 하루 종일 집에 있기 = 집에 갇혀서 괴로움

터틀이에게 하루 종일 집에 있기 = 집에서 편하고 즐거움


코로나 이후 언택트(untact)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고 한다. 온라인 교육도 재택근무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집에서 공부하고 집에서 일하는 것이 터틀이 적성에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제발!) 시대의 흐름에 맞는 방향으로 터틀이의 성향이 발전하길.   


집돌이 터틀이가 묻는다.

"엄마, 여름 방학 언제 시작해?"

"........!&?#%*@"

여름 방학을 대비하여 소음 공해에서 이웃을 구하기 위해 명상 앱이라도 깔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즉석밥과 터틀이, 까칠함인가 수퍼파워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