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en to your mind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은 대게 급하지 않은 일로 여겨진다고 했다. 언젠간 잘하고 싶은 영어 공부가 그렇고, 늘 마음에는 있지만 끝내 미루고 마는 부모님과의 안부 전화가 그렇고,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나를 돌보는 일이 그렇다.
그 일들은 지금 당장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괜찮아 보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다 조금 시간을 내어볼까 마음이라도 먹으면, 그보다 빨리 처리해야 할 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는 사이 동료는 승진하고, 부모님은 연로해가시며, 나는 희미해진다.
제대로 쉬어본 적 없이 늘 달려온 것 같은데, 진흙탕에 발이라도 묶인 것 마냥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오히려 옴싹달싹할 수 없어졌다. 예전처럼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더 깊이깊이 발이 묶였으므로.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 혼자 힘으로 나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가만히 있는 것도 자살행위다. 중력은 정직하게 1cm, 1cm씩 바닥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런 나를 진흙탕에서 꺼내 준 동아줄은 요가였다.
그때 나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살아가는 행위가 아닌 죽어가는 일들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살기 위해 요가를 했다. 끝도 없이 꼬리를 무는 생각을 내려놓기 위해 몸을 움직였고 겨우겨우 숨을 쉬었다. 고대 요가 경전 바가바드기타Bhagavad Gita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불완전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다르마(의무)를 행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의 다르마(의무)를 행하는 것이 낫다.
뱀을 보아라. 당신이 그처럼 기어 다니려 노력하여 잘할 수 있을지라도 기는 것은 당신의 다르마가 아니다. 당신은 걸어 다니도록 창조되었으니, 기어 다니는 뱀을 흉내 내지 말라.
완벽하게 똑같은 눈송이는 없다.
당신 또한 유일하다.
당신은 다른 사람이 행할 수 없는 유일함으로 창조되었다.
신을 믿지 않았지만 나의 유일한 의무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나의 유일함에 대해 생각했다. 나에게 삶은 언제고 버릴 수 있는 것이었는데 왜 주어졌을까 답을 찾으려 했다. 잔뜩 부풀려진 에고Ego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개를 쳐대었다.
신을 믿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된다. 나는 나를 믿지 못했기에 혼자서 문제를 만들고, 어디에도 없는 정답을 찾아 헤매었다. 누가 제발 좀 속시원히 말해줬으면 하고 여기저기 들쑤시다 결국 알게 되었다. 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을. 밖에 있는 답은 나의 답이 아니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말이 어쭙잖은 위로가 아니고, 삶에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님을 이해하게 되자 비대한 자아의 고군분투가 천천히 멈추었다.
급하지 않다고 미루었던 중요한 일들에 조금씩 시간을 내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직면하고자 했다.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내 안에 있고, 내가 찾는 모든 답 역시 내 안에 있음을 믿었다. 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 수 없다. 당신도 당신이 아닌 무엇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다른 무언가가 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너무 당연한 사실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돌고 돌아 찾은 나의 답은 그거였다.
뱀은 기고 사람은 걷는다. 당신은 춤추고 나는 노래한다. 겨울에 피는 꽃은 봄에 피지 않는다.
삶의 무의미함이 당신을 너무 괴롭게 한다면, 당신만의 의미를 찾아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허나 너무 고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삶은 그냥 사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