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요일 저녁마다 다림질을 한다. 그 주에 입을 셔츠를 빨고 다린다. 보통 매일 수트차림으로 출근을 하기 때문에 5~6벌 정도의 셔츠를 다리는데, 그 시간이 지금은 좋다. 한 벌당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달궈질 대로 달궈진 다리미로 구겨진 셔츠를 다리면 소위 말하는 '칼각'으로 셔츠가 잡히고, 기분 좋은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이 올라온다.
나는 그 향을 맡으며 티비를 보기도 하고 (어제 같은 경우는 요즘 내가 가장 애정하는 tvn 드라마 '나빌레라'를 보았다. 아 참고로 우리 회사는 매달 3번째 월요일 리프레시라는 명목으로 전사가 쉬기 때문에 다림질도 하루 미뤘다. 이 리프레시 데이는 전사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연차 차감이기 때문에 내 연차를 내 맘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연차수당'이라는 인건비 절감의 수단일 뿐이지..) 그 주 할 일, 그리고 고민해야 하는 일을 생각하기도 한다.
몇 년 전, 하루는 와이프에게 다림질을 부탁했다. 그러자 와이프는... 음 조금 기분이 썩 유쾌해지지 않을 만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나의 연봉을 얘기하며 어떤 게 효율적인지 조목조목 얘기해주었다. 그래서 난 좀 서운했다.. 좀 많이..
사업을 하시는 아빠, 그리고 집안일을 도맡아 했던 엄마. 그런 엄마의 헌신적인 모습의 가정을 나도 그려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가정과 부모님의 모습은 다르다. 우린 맞벌이고 부모님은 외벌이라는 그런 환경적인 요인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내가 지금 행복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때론 헛헛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다만 그러한 부탁에 대한 거절과 승낙. 그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지금은 그 일주일의 셔츠를 다리는 시간이 온전히 나만을 위한 투자, 그리고 생각의 시간이라고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