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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gonboy Apr 20. 2021

나는 일요일마다 다림질을 한다

나는 일요일 저녁마다 다림질을 한다.  주에 입을 셔츠를 빨고 다린다. 보통 매일 수트차림으로 출근을 하기 때문에 5~6벌 정도의 셔츠를 다리는데,  시간이 지금은 좋다.  벌당 10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달궈질 대로 달궈진 다리미로 구겨진 셔츠를 다리면 소위 말하는 '칼각'으로 셔츠가 잡히고, 기분 좋은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이 올라온다.


나는 그 향을 맡으며 티비를 보기도 하고 (어제 같은 경우는 요즘 내가 가장 애정하는 tvn 드라마 '나빌레라'를 보았다. 아 참고로 우리 회사는 매달 3번째 월요일 리프레시라는 명목으로 전사가 쉬기 때문에 다림질도 하루 미뤘다. 이 리프레시 데이는 전사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연차 차감이기 때문에 내 연차를 내 맘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연차수당'이라는 인건비 절감의 수단일 뿐이지..) 그 주 할 일, 그리고 고민해야 하는 일을 생각하기도 한다.


몇 년 , 하루는 와이프에게 다림질을 부탁했다. 그러자 와이프는...  조금 기분이  유쾌해지지 않을 만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나의 연봉을 얘기하며 어떤  효율적인지 조목조목 얘기해주었다. 그래서   서운했다..  많이..


사업을 하시는 아빠, 그리고 집안일을 도맡아 했던 엄마. 그런 엄마의 헌신적인 모습의 가정을 나도 그려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가정과 부모님의 모습은 다르다. 우린 맞벌이고 부모님은 외벌이라는 그런 환경적인 요인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내가 지금 행복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때론 헛헛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다만 그러한 부탁에 대한 거절과 승낙. 그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지금은 그 일주일의 셔츠를 다리는 시간이 온전히 나만을 위한 투자, 그리고 생각의 시간이라고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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