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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가 뭣이 중헌디?!!!

15일째 코로나 확진자 수는 천명대를 웃돌고 있다. 어제(7/19)는 비수도권도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했고,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강원도 강릉은 거리 두기를 3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했다. 내 고향 제주도도 2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7월 말이면 휴가 갈 생각으로 마음이 한껏 부푼 시기인데, 지금만큼은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      



7월 23일부터 첫째는 초등학교 방학을 맞는다. 둘째 역시 28일부터 어린이집 방학이다. 1년 동안 코로나로 여행 한번 가지 못한 우리는 이번만큼은 시간 내서 어디든 갈 생각이었다. 근데.... 4차 대유행이라니!!! 확진자가 천명 이상이라니!! 웬 말이더냐?! 1년 전에도 코로나로 못 갔기 때문에, 올해만큼은 기필코 가겠노라 다짐했건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휴가란 아무 걱정 없이 부푼 마음만 한가득 안고서 어디든 놀러 가면 되는 일이었다. 좋은 공기를 마시든, 이색적인 장소에 가든, 신나는 레포츠 놀이를 즐기든 각자의 취향에 맞게 즐기면 되는 일. 평소와 다른 하루를 보내며 그동안 쌓였던 피곤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면 성공적인 휴가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휴가철만 되면 차로, 배로, 비행기로 떠난다. 그리고 뉴스엔 어김없이 북새통을 이루는 공항과 휴양지가 등장한다. 보고 있자면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구나 싶다가도, 우리도 어서 날 잡고 어디든 가야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더 커진다.     



우리 가족이 휴가다운 휴가를 마지막으로 간 시기는 2년 전 홍천 오션 월드에 간 일이다. 첫째와 내겐 생애 첫 워터파크였다. 워타파크 입덕을 기리고자 가기 며칠 전부터 튜브도 신경 써서 구입했다. 그늘막도 있고, 운전대도 있는 튜브를 보자 아이는 흥분했고, 당장 바람을 넣어달라며 택배 박스에서 꺼내기가 무섭게 달려들었다. 신랑은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애보다 큰 튜브에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아이는 옆에서 방방 뛰다가, 차차 부풀어 오르는 튜브를 보자 더 이상은 못 참고 결국 튜브에 쏘~옥 들어가 한 몸이 되었다. 나오래도 절대 나오지 않는 아이는 수영장에 가면 이렇게 타야 한다며 우리에게 큰소리까지 친다. 그렇게 택배가 온 날부터 휴가를 떠나는 당일까지 튜브는 우리 집에서 한자리를 차지했고, 떠나는 날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의 장난감으로 열심히 기능했다.     



오션월드에 도착하자 신세계였다. 수영복을 갈아입은 아이는 이미 수영장이 훤히 보이는 창가 에 볼을 바짝 갖다 댄 체 탄성을 지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막상 워터파크에 들어가자 무서운지 내 손을 꼬옥 잡고선 놓지 않았다. 5분 정도 지나자 위풍당당하게 튜브를 옆구리에 끼며 매의 눈으로 여기저기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이의 레이더망에 처음 잡힌 곳은 파도가 쉬지 않고 넘실거리는 파도풀이었다. 그곳에 들어가서는 나오려 하지 않았다. 자기 키 보다 높은 파도를 넘을 때마다 "꺄~꺄~ 엄마~!! 꺄~꺄!" 어찌나 소리 지르던지! 말할 때마다 물을 마셨지만, 걱정 말라며 손사래치는 여유까지 보였다. 시간대별로 40분씩 운영하는 파도풀이 잠시 운영을 멈추자 그때서야 아이는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전사마냥 튜브를 옆구리에 끼고 기세 좋게 나왔다.     



엄마로썬 잠깐 쉬고 놀면 좋겠건만, 말릴새도 없이 세연이는 옆에 위치한 워터 플렉스로 후다닥 달려갔다. 놀이터에서 많이 보던 정글짐과 비슷해서 거부감 없이 놀았고, 미끄럼틀을 네댓 번 타고서야 우리 옆으로 왔다. 입이 찢어져라 간식을 와그작 와그작 먹는 아이를 보면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도 아이의 눈은 쉬지 않고 돌아갔고, 세 번째 레이더망에 유수풀이 걸려들었다. 사람들이 물 위에 둥둥 뜬 채 수영장 주위를 쉬지 않고 도는 게 신기했나 보다. "엄마 저게 뭐야?"라고 묻길래 대답하려는데 이미 내 몸은 세연이에게 이끌려 유수풀 근처로 끌려가고 있었다. 이날 아이는 오션월드의 절반을 유수풀에서 둥둥 떠다니며 놀았다.     


 

처음엔 물 위에 둥둥 뜨는 걸 무서워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두 손 두 발을 자유롭게 휘저으며 중심을 잡았고, 급기야 엄마, 아빠에게 물까지 뿌려댔다. 역시 아이들의 적응력이란!  실내풀로 들어갈 때면 들어간다고! 실외풀로 나갈 때면 나간다고 소리치며 선장처럼 우리에게 알렸다. 우리 역시 다른 물놀이에 비해 체력 소모도 적어 편했다. 물 위에 둥둥 떠다니기만 하면 되니까. 사실 유수풀을 처음 접한 나도 신세계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제주 토박이로 20여 년을 살다 상경했다. 내가 다닌 중학교 바로 뒤엔 용두암이 있었다. 푹푹 찌는 여름이면 체육 선생님은 우리를 데리고 용두암에 가서 수영하며 놀게 했다.(그렇다고 수영을 잘하냐? 그렇진 않다. 그저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정도다) 우리가 살던 집에서는 차를 타고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이호 해수욕장이 있고! 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함덕 해수욕장이 있었으니! 여름만 되면 해수욕장에서 파라솔을 펴고 원 없이 노는 게 일이었다. 그랬던 제주 촌년이 워터파크에 처음 간 것이다. 여름철이면 TV에서 수도 없이 틀어지는 광고 속 워터파크에 내가 실제로 있다니! 신문물을 뒤늦게 접한 나의 마음은 즐겁게 두근거렸다. 아이 때문에 마지못해 노는 듯했지만 사실 파도풀에서도, 유수풀에서도 온몸을 던지며 즐겼다. 폐장 시간이 될 때까지 신나게!     



그때의 기억이 강하게 남았는지, 첫째는 틈만 나면 물 위에 둥둥 떠다니던 유수풀 이야기를 한다. 자기가 뿌린 물에 엄마 입과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았냐며 해맑게 놀린다. 그리고 너무 재미있었으니 다시 꼭 가자로 끝을 맺는다! 기승전~다시가자!의 루틴은 2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솔직히 작년에 가려 했으나 코로나가 발생했고, 올해는 꼭 데리고 가려 했건만.... 4단계로 격상되고 말았으니. 휴. 과연 내년에는 갈 수 있을까?  


   

며칠 전 오션월드를 검색한 나는 놀라고 말았다. 이 시국에도 갔다 온 사람들의 리뷰가 상당했던 것. 7/19 리뷰에는 '코로나라서 사람들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넘 많네요. 그래도 넓어서 완전 좋아요.' 7/18 리뷰엔 '매년 가지만 너무 좋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없어 오전에 줄 안 서고 기구 엄청 탔습니다.' 대부분의 리뷰는 코로나로 사람들이 없어서 편안하게 놀다 왔다가 태반이었다.      



내가 너무 모범적으로 방역 수칙을 지키고 있는 건가 싶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4단계로 격상된 시기에도 워터파크에 놀러 가고 있다는 사실은, 내가 너무 소심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게 했다. 오션월드 홈페이지만 보더라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안전한 물놀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공지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수영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는 아직까진 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수영장은 더 위험할 거란 생각은 떠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수영장은 한정된 공간이고, 물놀이를 하는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한다. 또한 물놀이를 하다 보면 마스크는 젖는다. 즉! 물에 젖은 마스크를 내내 껴야 한다는 소리다. 물놀이를 하다 보면 또 어떤가? 마스크가 번번이 벗겨진다. 몇 번이고 내려간 찰나의 순간 순간들이 모이다 보면, 마스크를 쓰는 게 무슨 의미일까 싶어진다. 더군다나 같은 공간에 확진자라도 있다면?! 물속에 비말은 섞일 테고, 물놀이하다 보면 물을 먹는 건 흔한 일이니..... 으흡!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이래나 저래나 꺼림칙한 부분이 허다하다. 놀 땐 신나게 놀았더라도 집으로 향할 때면 찜찜함을 감출 수 없는 내가 그려진다. 혹시나 모를 일로 한동안 마음앓이를 하며 에너지를 소모하는 나. 생각만으로도 피곤하다.     


  

그러니! 이번 애들 방학 겸 휴가 때는 동네 한적한 공원이나 가던가.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집콕하며 애들과 재밌게 놀아야겠다.  

얘들아! 집콕하게 되면! 엄마, 아빠가 최선을 다해 놀아줄게!

그리고 딸! 소심한 엄마는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 오션월드에 가는 게 좋겠어! 간이 콩알만 한 엄마라서! 미안하다잉! 그때 우리 신나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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