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티처 Dec 16. 2024

사춘기 거짓말, 위기를 기회로


네가 그럴 수가!!!


아들은 어릴 때부터 거짓말이라고는

못하는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기 싫은 수학숙제에 친구들이 흔히들 하는

답지 베끼기 신공을 펼쳐

꿋꿋하게 끝까지 혼자 풀고 안 하면 안 했지

속이는 행동은 안 하는 아이였거든요.


어딜 가든 허락 맡고 다녔고

몰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런 적이 없었기에

이 아이만큼은 정말 믿었고

부모로서 자부심 또한 컸어요.


그. 런. 데.....

어느 순간 이 아이가 들통날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사춘기의 거짓말


사춘기거짓말이라고 검색해 보면요.

웃프게도 거짓말이 사춘기증상이라고 해요.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나요.

(진짜...맞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하교 후 아이와의 통화


"숙제했어?"


"네, 했어요."


"아이구~~ 잘했어. 고생했어.

역쒸 우리 아들!! 학원 가기 전까지 쉬어~!!"


"네."


그런데 그날 저녁 학원에서 문자가 옵니다.

  

'이런 된장고추장쌈장~!!!!

와~나....숙제 했다며!!!!!!!!'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런 식이지요.


어차피 들통날 거짓말을

도대체 왜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까요?

이거 심성이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들키질 말던가..왜 빤히 드러날

어설픈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할까요?




좋은 아들이고 싶어요.


사춘기시기는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인정욕구가 매우 강한 시기라고 해요.

그래서 엄마를 실망시키기 싫어서

그런 거짓말을 한답니다.


그러나 현실은 내 맘 같지 않고 내면은 불안하고

그런 혼돈 속에 살아가는 거죠.


자신이 내 맘대로 잘 되지 않지만

부모에게는 잘 보이고 싶다.


이게 아이들의 본심이랍니다.


그래서 순간 거짓말로

좋은 아들이 되는 거래요.




그래도 잘못은 잘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을 속아 넘어가줄 수는 없어요.

한 번이 무섭지 이게 통하면

지속적인 거짓말이 될 수 있거든요.


아닌 건 아닌 거다!!!

경계선은 분명하게 그어 주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온 후,

최대한 감정 섞지 말고 팩트만 이야기했어요.

(화는 이미 혼자 다 내고 삭힌 상태ㅋ)


"학원에서 숙제 덜했다고 문자 왔던데?"

"아. 미안해요. 몰랐어요."


"엄마는 남들이 다 아니라고 해도

네가 바닷물이 빨갛다면 그렇다고 믿어.

우리 아들이 한 이야기니까. 우리 아들을 믿으니까.

엄마가 너를 믿는 만큼 네가 엄마한테 거짓말하면

배신감이 더 크고 마음이 아파.

그러니까 못하면 못한 거지 거짓말하지는 마.

앞으로도 난 네가 그렇다고 하면 믿어.

 엄마한테 진실되게 말해줘. 알았지?"

                    

"네...미안해요."


그리고 아이는 다음 날 학원보강을 가서

못한 숙제를 다 합니다.




한 인간을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에요.


특히, 사춘기는 육아의 가장 쓴 맛이자 찐 맛.

무너지려는 마음을 계속 다잡으며 지내게 되네요.


아이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나에게서 멀어지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불안했던 저의 사춘기를 돌아봅니다.


아이의 마음을 티끌만큼이라도 이해해 보려고요.

저에게도 흑역사가 있더라고요.


어렵지만 잘 버티면서

위기가 기회가 되도록

사춘기를 잘 지내보려고 해요.


그러나 멘탈관리 참 어렵습니다ㅎㅎ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

이미지출처: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