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ime Jan 30. 2021

이탈리아로 떠난 엄마의 회갑 여행

- 6편 : 3일차 바티칸 투어 (오후)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 관람한 다음에 하는 일은 모다? 모다??!!!!


바로 굿즈 구매입니다.

바티칸에서는 교황님의 축성을 받은 성물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바티칸을 관람하고 나와서 쿠폴라(돔)에 올라가는 길에 아주 친절히 [SOUVENIR]라고 쓰여진 기념품샵에서도 구매할 수 있고, 쿠폴라에 오르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옥상의 기념품 샵에서도 교황님의 축성을 받은 성물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쿠폴라 가는 길에는 2017년 당시, 한국인 수녀님께서 계셔서 "정말 모두 교황님께서 축성해주신 것인가요?" 라고 여쭈었다가 "하느님의 사랑은 모두에게 평등하기 때문에, 이 곳의 성물들도 모두 평등하게 축성된 것이다."라는 답변을 해주셔서 좀 감동이었습니다. 사실 진짜 성물이 엄청 많아서, 하나하나 다 기도를 어떻게 해주셨지?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쬐금 들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와 저는 이 곳 기념품샵 가기에 앞서, 성 베드로 대성당을 나와 오른편에 위치한 바티칸 우체국과 서점을 방문했습니다. 저는 바티칸 우표가 붙은! 바티칸의 소인이 찍힌! 크리스마스 엽서를 친구들에게 보낼 소소한 이벤트(후에 이야기 하겠지만, 진짜 엽서 12장썼나... 밤에 엄마는 주무시고 저는 책상에 앉아서 편지를 계속... 때아닌 주경야독)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 유명한 바티칸 우체국에 우표를 사러 들어갔습니다.


약 1970년대의 영국 드라마에서 볼 법한, 오피스 구조를 가진 바티칸 우체국은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것도 그럴 것이 한국인은 한 명도 없고, 레트로의 향수를 가진 사람들만이 이 곳에 방문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곳에선 외국인이었지만, 정말 외국인들 뿐이었어요. 털모자를 쓴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으셨고 엽서를 쓰기 위해 우체국 한 구석의 테이블에서 열심히 펜을 움직이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첨언하자면, 바티칸 우체국은 우리나라 우체국보다는 못하지만(중요!) 꽤 정확한 우편 발송률을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 때 보냈던 많은 엽서 중에 경기도 일산으로 향하던 하나가 국제미아가 되어버렸는데요, 그 엽서의 주인이 될 분께서는 "너의 엽서는 아직도 지구를 헤메고 있어. 지구상 어딘가엔 있겠지."라고 말씀해주셔서 본의 아니게 미안한 마음 반, 왠지 재미있는 기분 반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 제가 바티칸 투어를 한 날이 크리스마스 전전 날(2017년 12월 23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바티칸 우체국의 크리스마스 한정판 우표는 여분이 정말 없어서 2017년도 한정판 크리스마스 우표는 제가 그 자리에서 탈탈 털어 샀습니다. 여러가지 금액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디자인도 여러가지였는데요, 투명한 유리부스 안에서 우표를 파시는 직원께서 어디로 어떤걸 보낼거냐고 물어보셔서 코리아, 미쿡, 스위스 뭐 이렇게 말씀드리니 아 그럼 얼마짜리씩 붙이면 된다고 말씀해주시면서 투명한 OPP 봉투에 몇 종류의 우표를 담아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것들이 마지막인데, 너 참 행운이네."라고 하셔서 참으로 신이 났었지요.


금액에 맞춰 여러개를 붙여야 하는 우표. 2장 남았다. Nativitas라고 쓰인 것은 우표 중간의 간지(?) 같은 것.


우표를 사서 소듕히 품에 안은 저그런 저를 신기한 생물체 보듯하는 엄마(자주 그러심)는 우체국의 옆에 있는 서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성당에서는 매일미사라는 신앙생활을 위한 책이 있는데, 그 내용이 전세계가 다 똑같아서 엄마가 이탈리아어 공부하신다며(사실, 이탈리아 오기 전에 이탈리안 책을 사달라고 하셔서 한 권 사드렸었어요) 서점으로 들어가셨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그 책이 안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직원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는데, 문제는 제가 영어로 "이탈리아어 매일미사책 찾아주세요."를 말하지 못하는 거죠. 아니 대체 매일미사책은 영어로 뭐람? 나중에 찾아보니 너무나도 심플하게 'Daily mass' 였습니다. 세상에...


바티칸의 서점 내부. 전체가 연한 노란색이었다.


아무튼 직원께서는 저의 서툰 영어에 라틴어로 쓴 성서를 내미셨다가, 다른 책을 내밀어 주셨다가 한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다음해(2018년도)의 매일미사책 이탈리아어 버전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용돈기입장을 보니 3.8유로로 약 5천원 정도 하네요!)




엄마와 저 만의 의미있는 바티칸 굿즈를 샀으니, 이제 다른 사람들을 위한 굿즈를 사기 위해 기념품 샵에서 소소하게 쇼핑을 진행한 저와 엄마는(35유로 정도 샀던거 같아요) 쿠폴라로 오르기로 했습니다.


바티칸 쿠폴라는 별도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당시 8유로 였습니다. 쿠폴라의 입장권은 바티칸 박물관 입장권과 다르게 여러가지 디자인으로 구성되어있는데요, 저와 엄마는 요걸로 받았습니다.


엄마와 저의 쿠폴라 티켓 2장. 여러장을 사면 연달아 줍니다.

바티칸 쿠폴라에 오르는 길은 정말 엄마의 세상이었습니다.

제가 지난 5월, 처음으로 쿠폴라에 올라서 그 열쇠모양의 바티칸 광장을 사진 찍어서 엄마에게 인증샷으로 보냈었는데, 엄마가 그 것을 엄청 부러워 하셨거든요. 제가 찍은 사진이었지만 한동안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사진으로 올라갔던 적도 있었고, 떠나기 전에도 '나는 이 광경만 바라보면 된다'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얼마전에도 통화해보니, 바티칸에서 기억나는 정말 좋았던 경험 중 하나라고 하시더라구요.


쿠폴라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쭉- 올라와서 옥상에서 계단으로 돔을 빙빙 돌며 올라가 맨 꼭대기까지 도보로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모녀는 엘리베이터와 계단 중간의 옥상에서 남들은 보지도 않는 석상들 뒤에 구석구석 가서 사진찍고 (뒷면이 판판했던 그 바티칸의 석상들), 옥상의 비둘기도 보고, 오! 여긴 펜스에 막혀있군, 여긴 못 넘어가네 뭐 이런 누가 보면 학교 옥상에 올라와서 두리번 거리는 것 마냥 실컷 바티칸의 옥상을 투어했습니다.


게다가 어느정도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막판 돔만 걸어가면 되니 엄마의 체력에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습니다.

(좌) 옥상에서 바라본 쿠폴라 (중) 쿠폴라 지붕과 천장 사이 (우) 쿠폴라 오르는 길에 보이는 성 베드로 성당 내부


올라가는 길도 흥미로웠습니다. 성당 내부를 볼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밑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천장화나 벽화, 모자이크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좁은 계단을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성 베드로 대성당 쿠폴라에 올라 바라본 바티칸 광장과 로마.

바밤~~

이러한 장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엄청 좋아서 정말 사진 잘 나왔죠! 이것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쿠폴라에 올라서 바라본 바티칸과 로마의 정경입니다!


어때요? 정말 멋지지 않나요? 저와 엄마는 이 모습에 반해서 말없이 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로마에서는 성 베드로 대성당보다 높은 건물을 건축할 수 없는데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베이지색의 아름답고 나름대로 개성있는 낮은 건물들이 평야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쿠폴라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로마의 시내를 바라본 엄마와 저는 이 광장의 반대편에는 궁내청이라고 해야하나, 하는 그런 업무건물과 교황님의 궁전 등 여러 부속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바티칸 광장 반대편도 예쁘지 않나요? 왠지 다빈치 코드가 생각 납니다.


쿠폴라가 높아서 바람이 불고 춥긴 했지만 꽤 오랫동안 이 쿠폴라에서 머문 엄마와 저는 다시 내려와 엘리베이터 앞의 성물가게를 어슬렁거리고(몇 개 또 구매) 몹시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먹기 위해 호텔로 향했습니다.


(다음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로 떠난 엄마의 회갑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