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주의와 실존주의의 종합
내 삶은 내가 스스로 모든 것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에 진출하고 그것의 메커니즘을 알게 될수록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보다 이미 결정된 것이 더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주어진 것을 선용하라"라는 고대 희랍의 델포이 신전에 쓰여 있다고 알려진 이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여기서 '주어진 것’이란 내 자유의지와 관계없이 구조적으로 정해져 있어 변경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난 것 등등. 이는 구조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선용한다'라는 말은 자유의지에 따라 자기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실존주의적 성격이 강하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을 선용할 수 있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되, 자유의지에 따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바꾸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결국, 지금 나의 모습은 구조주의와 실존주의의 종합이다. 구조주의적 한계 속에서 실존을 추구하는 나로서 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말이다.
그래서 난 이 말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