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대방과 부딪혔을 때
한국인
대한민국 출퇴근 지하철(일명 지옥철)은 한국인의 인내심이 무한대로 확장되는 곳이다. 대한민국 직장의 출근시간은 보통 오전 8시에서 오전 10시 사이다. 이 시간 만큼은 모두가 몸이 눌려도 무덤덤하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몰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되도록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출근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서로 가방이 엉키고 이리저리 부딪히게 된다.
정말 심하게 다치지 않는 이상 모두가 '그러려니...'하며 지하철을 달린다. 하지만 실수로 누군가의 발을 세게 밟았을 땐 죄송하다고 말하거나 고개를 끄덕하고 미안함을 표현한다. 발을 밟힌 상대방도 고개를 끄덕하며 이해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미국인
미국인은 서로 부딪히면 즉각 말로 표현한다. '나만의 영역'이 중요한 미국인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옷깃이 살짝 스칠 정도로 닿았을 때도 미안하다고 말한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영역만큼 상대방의 영역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항상 적당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미국에 가면 사람들과의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부딪혔을 때는 말로 즉각 미안함을 표현해야 한다. 한국의 지옥철처럼, 고개만 끄덕하고 말로 사과하지 않으면 오해의 여지가 있다. 미국인들은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표정이 무서워질 것이다. 그만큼 미국인에게 개인의 물리적인 공간과 말로 표현하는 자세는 중요하다. 미국인들은 거리를 두는 사람을 좋아하는게 아니다. 상대방의 영역을 존중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은 국적을 막론하고 모두가 싫어한다.
미국인과 의도치 않게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excuse me[익스큐즈미]"라고 말하며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딪혔다면 "i'm sorry[아임쏘리]"라고 즉각적으로 말하는 것도 잊지말자!
2. 서로 칭찬할 때
한국인
한국인은 칭찬에 조금 인색한 편이다. 칭찬을 어쩌다 한번씩 한다. 칭찬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나도 그렇다. 어느 정도 친분이 있지 않다면 너무 자주 칭찬하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보통 칭찬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상대방을 치켜세워주기 위해 칭찬하기도 한다. 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칭찬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한국인은 대체로 칭찬을 들으면 좋아한다. 하지만 그 기분을 잘 드러내진 않는다. 너무 기분좋은 티를 내면 상대방이 안좋게 생각할까봐 티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칭찬을 들으면 대부분 이렇게 반응한다.
"(속으로는 좋지만 표정은 시크하게)아 그래? 고마워" 또는 "(속마음과는 다르게)에이~ 아니야"
미국인
미국인은 칭찬에 후하다.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칭찬한다. 칭찬을 듣는 사람은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일이 없다. 좋으면 있는 그대로 기분을 마음껏 표출한다. 한 술 더뜨기도 한다. "고마워. 이것도 예쁘지? 이것도 멋지지 않니?" 그러면 상대방도 호응한다. 미국인은 칭찬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 상황을 즐긴다.
언젠가 맛집에서 줄을 섰던 적이 있었다. 내 앞에는 한국인 아이와 미국인 부부가 나란히 줄을 서있었다. 미국인 부부는 아이의 모자를 보면서 "우린 너의 모자가 정말 맘에 들어!"라고 칭찬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지하철에서 어떤 한국인 분이 눈에 띄게 튀는 신발을 신고 계셨다. 사람들이 신발을 보고 웅성웅성거렸다. 이 때 미국인 여성분이 그 한국인 분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당신의 신발은 정말 특별해요."
3.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한국인
한국에서는 의견을 통합해야하는 상황에서 다수결의 원칙을 따른다. 직장에서 모두가 제육볶음을 외칠 때 나도 제육볶음을 먹어야한다. 만약 돈까스를 먹고싶다면 눈치를 많이 봐가면서 얘기해야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직장도 있다. 하지만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조직의 질서가 수직적일수록 소수의 의견은 암묵적으로 배제된다.
미국인
미국인은 자신의 의견을 어디서나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산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 미국에서는 소극적인 사람보다 적극적인 사람이 선호된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타인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듣는다.
4. 대화의 깊이
한국인
한국인은 타인에게 관심이 많다. 관심이 많은 만큼 자세히 알려고 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지인의 이혼소식을 들었을 때 왜 이혼하게 되었는지, 언제 이혼했는지 자세하게 알고싶어한다.
미국인
미국인들은 대화할 때 여러가지 주제를 넓고 얕게 다룬다. 너무 자세하게 알려고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실례라고 여겨진다. 나이는 어떻게 되는지, 애인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애인과 언제 만났는지 애인의 나이는 몇 살인지 더 묻는다면 표정이 점점 안좋아진다. 미국인은 사생활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 따라서 대중적이고 민감하지 않은 주제를 선호한다.
5. 공감하는 방식
한국인
한국에서는 누군가가 얘기할 때, 끝까지 경청하는 것이 미덕이다. 되도록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는다. 한국인은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인기가 많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상대방의 얘기가 끝날 때까지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들어준다. 슬픈 얘기를 들으면 표정으로 위로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미국인
미국인들은 대화 중간중간에 리액션을 한다. 중간중간 대화에 끼어들어 맞장구를 쳐주길 바란다. "awesome(대단해)", "fantastic(멋지다)", "that's terrible(끔찍하네)!"
만약 아무말하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한다면 상대에게 실망한다. 혹시 자신에게 관심이 없나, 내가 하는 말이 너무 지루한가?하고 생각한다. 리액션은 미국인에게 공감의 표현이다. 그래서 한국에 비해 미국은 감탄사가 발달되어있다.
6. 처음 본 사람을 대하는 자세
한국인
한국인은 보통 낯선사람을 경계한다. 처음 본 사람에게 특별한 용건이 없으면 굳이 말을 걸지 않는다. 아예 모르는 사람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혹시라도 우연히 눈을 마주쳤을 땐, 바로 눈을 피해버린다.
길을 가다가 아는 사람을 보게되면 친한 정도에 따라 아는 척하지 않을 때도 있다. 좁고 얕은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상대가 먼저 인사할 때까지 굳이 적극적으로 말을 걸지 않는다. 서로가 깊은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는 '얼굴만 아는 사이'라면 모른 척 지나가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미국인
미국인은 표정부터 한국사람과 다르다. 처음 본 사람에게 꽤 호의적이다. 치아가 드러날 정도로 환하게 웃어준다. 한국인들은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기본표정이 무표정에 가깝다. 한국인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쉽게 웃어주지 않는다.
미국인은 초면인 사이에도 안부를 묻는다.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사람에게 "How are you[하왈유]?" 라고 하며 서로 안부를 주고 받는다. 하왈유는 "잘 지내세요?"라는 뜻이다. 미국은 처음 본 사람이 잘 지내냐고 묻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문화다.
7. 어른에게 인사하는 법
한국인
한국인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한다. 아이들은 선생님께 고개를 숙이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한다. 나이가 적은 사람일지라도 사회적 위치나 영향력이 높은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윗사람에게 존댓말을 하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국룰이다. 윗사람에 대한 존중은 언어와 태도로 나타난다.
미국인
미국인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손을 흔들며 "hi[하이]"라고 인사한다. 아이들은 선생님께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할머니를 보고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부모님을 보고도 "하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존댓말이 있지만 미국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보통 말을 짧게 하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상황에 따라 무례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짧게 말한다고 해서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문장을 길게 말하는 것이 '존경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인들의 인사법에는 모두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