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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 여행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by 행복의 진수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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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 난생처음 한반도 및 부속 도서를 벗어난 순간이었다. 타이베이 아트북페어 참가를 위해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3박 4일간의 대만 체험은 꿈만 같았다. 어딜 가든 친절한 대만 사람, 본토에서 먹게 된 찐한 우육면, 페어에서 외국인들에게 내 미니 포토북도 소개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눈부시게 신선했고, 완벽했다. 적어도, 귀국길 공항에서 ‘그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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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배터리는 꼭 가방에 들고 타야 해!”

 대만 입국 전날, 짐을 쌀 때 엄마가 당부한 말이었다. 갈 때는 엄마말대로 했는데 올 때 일이 생겼다. 선물용으로 고량주 두 병을 샀다. 이건 비행기에 들고 타지 못하고 수화물로 맡겨야 하는 거였다. 액체류는 출국장 통과 후에 산 것만 들고 탈 수 있는 걸 몰랐다. 그래서 인천공항에서도 챙겨간 음료수 하나 버렸었는데.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나보다. 2층 검색대를 통과했다가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당황한 마음에 서둘러 가방에 술을 넣고 수화물을 부쳤는데 이게 비극의 시작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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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로 검색대를 통과해서 출국장으로 가려는데 4일간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카카오 보이스톡이 울렸다.

 “소진수 씨 되시죠? 문제가 생겼습니다. 가방에 배터리가 있습니다. 2층 게이트로 오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아차차!’ 그제야 가방에 있던 카메라 배터리의 존재가 생각났다. 부랴부랴 술병을 챙기느라 가방 속 나머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보조배터리는 챙긴다고 뺐는데 정신없이 서두르느라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중국어를 하나도 몰라서 옆에 있던 공항 직원을 바꿔줬다. 직원이 서류를 세 번 정도 쓰고 다시 출국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쎄쎄(谢谢)!”와 “I’m so sorry”를 수십 번 반복하며 세 번째로 검색대를 통과해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말도 안 통하는 이국땅에서 벌서듯이 날 인계하는 직원을 기다렸던 순간. ‘알코올과 보조배터리, 거기에 혹시 몰라서 여분으로 가져간 휴대전화 공기계까지? 이거 완전 영화에서 나오는 폭발물 조합이잖아! 설마 테러리스트로 찍히는 거 아닌가? 나 공무원인데? 대만과 외교 분쟁으로 번지려나? 여권에 불량선인으로 찍혀서 이제 다시는 영영 해외여행 못하는 건가?’

온갖 파국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제 괜찮습니다.”

 공항 직원이 친절한 미소로 말해줬을 때, 비로소 모든 긴장이 ‘탁!’하고 풀렸다.  불과 30분 정도의 작은 헤프닝이었지만, 즐거워서 눈 깜작할 사이에 지나간 3박 4일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진 인고의 시간이었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 이제는 수화물 관련하여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온몸으로 뼈저리게 체득했다.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법이다. 첫 해외여행을 통해 배운 가르침이다.

타이완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있는 각 종교 기도실들. 출국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속으로 온갖 신들에게 기도를 했었다.타이완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있는 각 종교 기도실들. 출국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속으로 온갖 신들에게 기도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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