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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급정사서 자격증

자격 한 장

by 행복의 진수

내가 광교에서 본 일이다.


늙은 학생 하나가 사서교육대학원 접수처에서 떨리는 손으로 2급 정사서 자격증을 내밀면서,

"황송하지만 이 자격증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주십시오."

하고 나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담당 직원의 입을 쳐다본다. 담당 직원은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자격증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네, 문제없습니다."

하고 내어 준다. 나는 '문제없다'는 말에 기쁜 얼굴로 자격증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걸어 나온다. 나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대학원 접수처를 찾아 들어갔다. 품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자격증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정사서 자격증이 맞습니까?" 하고 묻는다.

담당자는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자격증을 어디서 훔쳤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귀한 자격증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나는 손을 내밀었다. 담당자는 웃으면서

"네, 좋습니다."

하고 던져 주었다.


나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자격증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낡은 외투 위로 그 자격증을 쥘 때 나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자격증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누군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귀한 자격을 줍디까?"

하고 누군가 내게 물었다. 나는 그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누군가는 나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나는 그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그냥 자격증을 줍니까? 학점 한 개도 거저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기출 문제 요약집을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한 권 한 권 공부하며 얻은 지식에서 몇 개씩 요약했습니다. 이렇게 요약한 자료들을 스터디 자료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5학기 하여 겨우 이 귀한 '자격증' 한 개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자격을 얻느라 1년 6개월이 더 걸렸습니다."

내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자격을 받는단 말이오? 그 자격증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나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그저 이 자격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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