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길 위에서 배우다
이번 주는 유난히 책과 가까웠다.
월요일, 해공도서관에서 열린 북토크에 들렀다. ‘책 고르는 사이’라는 이름의 책방을 운영하는 스토리지북앤필름의 마이크, 그리고 헬로의 이보람 대표가 독립 출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을 말하는 자리. 아끼는 걸 소개하는 사람들의 눈은 빛이 난다. ‘독립 출판 특화도서관’이라는 점도 설렜다.
화요일에는 용인 청년 수지 LAB에서 열린 ‘창작자를 위한 독립 출판 워크숍’에 참석했다. 2층이지만 100m 상공에 있는 아르피나 타워였다. 이날의 주제는 ‘출판하기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였다. 글을 쓰는 내적 동기, 널리 읽히기 위한 외적 공감, 그리고 그 둘을 꿰뚫는 핵심 메시지를 찾는 일. 서로의 글을 읽고, 각자가 발견한 메시지를 나누는 과정에서 함께 읽기의 효용을 발견했다.
수요일에는 홍대 플랫폼 P에서 번역가이자 1인 출판사 대표인 정제이 작가를 만났다. ‘내 책을 직접 만들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기획과 집필, 제작, 유통, 홍보까지 책이 세상에 태어나 성장하는 전 과정을 함께 따라갔다. 비슷한 시기에 독립 출판을 시작하고, 유사한 고민을 하는 작가님과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목요일, 범계의 비욘드 워크에서는 민제이 작가의 ‘계획하고, 쓰고, 엮고’ 원데이 에세이 워크숍에 참가했다. 짧은 이론을 듣고, 여러 가지 진(zine)을 직접 들여다보며 다양한 판형과 크기에서 비롯한 또 다른 가능성을 엿봤다.
나흘 동안 퇴근 후 부지런히 글쓰기와 책 만들기를 좇았다. 이미 사진을 찍어 책을 만들고, 글을 엮어 작은 책자를 낸 경험이 있지만, 배움은 갈수록 모르는 것의 깊이를 일깨운다. 책을 만들수록 겸손해졌다.
토요일 점심엔 홍대에서 진수지 대표님의 마케팅 커피쳇, 오후엔 올오어낫싱에서 글 두루이음 중간 모임, 저녁엔 이후북스에서 안리타 작가님의 북토크를 들었다.
일요일엔 내를 건너 숲으로 도서관에서 독서 모임 책을 선물로 받고, 강서도서관에서 이기호의 신작과 성해나의 '빛을 걷으면 빛'을 빌렸다. 나온 김에 고척/송파/동대문 도서관에 들러 빌린 책들을 반납했다. 일요일 오후에는 지하철도 버스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이때 돌아다니는 걸 선호한다.
앞으로의 일정도 제법 빼곡하다. 9월부터 11월까지 월요일마다 해공도서관, 화요일에는 전주시립도서관에서 독립 출판 책 만들기 수업을 듣는다. 주말에는 유어마인드에서 아트북 워크숍을 배운다. 10월 25일부터는 이후북스 책 만들기 수업도 신청해볼 예정이다.
몇 해 전 화제가 되었던 책 제목들이 문득 떠오른다. ‘10대, 꿈을 위해 공부에 미쳐라’, ‘20대, 공부에 미쳐라’,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 ‘40대 공부 다시 시작하라’, ‘공부하다 죽어라’. 지금의 내 상황을 보면 시메이의 하이쿠가 생각난다.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버렸네.”
책에 미친 사람을 뜻하는 ‘간서치(看書癡)’.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별명이기도 하다. 책이 좋아 사서교사를 꿈꾸고, 읽는 데 만족하지 못해 직접 만드는 길에 발을 들였다. 그렇게 책은 나를 한 사람의 독자로 머물게 하지 않고, 새로운 창작자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책은 늘 조용히 곁에 있었지만, 이제는 내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읽고 쓰고 만들며, 조금씩 책에 물들어 간다.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처럼, 책에 대한 이 미친 열정이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어 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