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다 보니 나 되었다 2
중학교 입학하고 처음 치른 중간고사.
초등학교까지는 시험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기에,
살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시험이라는 것과 마주했던 순간으로 기억된다.
사실 내가 중간고사를 잘 쳤는지, 못 쳤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는 건 전교 2등을 한 친구였다.
전교 2등 한 친구는 초등학교 때 공부 잘하는 그룹에 한 번도 속해보지 못했던 친구로
그 친구가 전교 2등 했다는 소식은 학교 전체에 큰 이슈였다.
그래서 많은 친구가 전교 2등 한 친구에게
“네가 어떻게 2등 했어?”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나도 사실 그게 엄청 궁금했기에
쉬는 시간에 그 친구에게 질문을 하러 가는 길에,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건 전교 2등을 한 친구가
“아~~~ 제발 묻지 말라고, 나도 내가 어떻게 2등 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짜 미칠 것 같아~”
라고 말하며 복도에서 미친 사람처럼 날뛰고 있었다.
그 친구가 전교 2등을 했다는 사실에
가장 큰 충격은 받은 사람은 아마 자기 자신이었던 것 같다.
‘내가 전교 2등이라고? 도대체 왜!!!’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 친구의 기말고사 성적이었다.
중간고사에서 전교 2등 했던 친구는 기말고사에서 뒤에서 2등을 기록했다.
그 친구는 다시는 학교 시험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았기에
한 문제도 풀지 않고 모든 문제를 찍어 버렸다.
저 친구는 왜 저런 결정을 했을까?
친구는 컨닝을 했거나 문제를 찍어서 전교 2등을 했던 건 아니었다.
진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전교 2등이라는 성적을 얻었지만,
다음 시험에 공부를 열심히 해도 저 정도의 성적을 얻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 저 친구를 미치게 했다.
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친구는 공부라는 프레임에서 자신을 지워 나갔던 것이다.
그러면서 저 친구는 공부 말고 진짜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했고,
그 생각 끝에 자기가 노래를 잘한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친구는 아마 노래로 우리 학교 1~2등 했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스스로 생각하길 노래는 자기가 진짜 잘하는 게 맞으니,
계속 노력하고, 연습하면 1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친구는 공부라는 프레임을 지웠지, 자신의 인생을 지우지는 않았다.
그 친구는 어떻게 되었을까?
친구는 실용 음악학원 원장을 거쳐, 대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지금까지 교수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잘하지 못하는 공부를 계속했다면, 나다움을 세상에 표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는 이 친구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기억 속에 남아서, 나의 글감이 되어줘서 고맙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