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피커 안작가 Dec 15. 2023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나대다 보니 나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잠깐 학원이라는 곳에 다녔었다.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초등학생일 때는 엄마를 설득하지 못해 학원에 다녀야만 했다.     

그날도 행복하지 않게 학원에 도착했고

수업을 하던 중 선생님께서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솔직하게 말해! 거짓말하면 안 된다.”

질문도 하기 전에 저런 기분 나쁜 말을 듣다니!     


선생님께서 질문을 하시길, “혹시, 너 누나 있니?”

나는 누나가 2명 있었기에 “네, 있는데요!”라고 답해줬다.

이 질문의 거짓말을 하지 말라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어서 선생님이 말하길 “혹시, 너희 누나 연예인이니?”

우. 리. 누. 나. 가?     


너~~~ 무 평범해도 평범한 일반인이었기에, 나는 “아닌데요.”라고 말했더니,

선생님은 거짓말할 줄 알았다며, 솔직히 말해도 된다고 하셨다.

‘저게 무슨 억측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어제 TV를 보다가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봤다고 한다.

그게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왁스의 <부탁해요>

뮤직비디오에 나온 구두닦이 여자로,

나랑 그냥 똑같이 생겼다고 말씀해 주셨다.     


정말 황당했다.

우리 누나들은 지금 집에서 TV 속 연예인들을 보고 있을 텐데 말이다.

저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라니!!!

여자가 나랑 닮았으면 얼마나 닮았다고!     

내가 절대 아니라고 하니, 선생님은 그제야 내 말을 믿어주셨고,

선생님은 집에 가서 왁스의 <부탁해요>

뮤직비디오를 꼭 봐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런데 그게 내가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일인가!

그 당시에는 집에 컴퓨터가 있는 집이 드물었기에,

TV에서 뮤직비디오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녀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TV를 보던 중 구두 닦는 여자를 목격하게 되었다.

오 마이 갓!

순간 TV가 아니라 거울을 보고 있는 줄 알았다.

닮은 게 아니라, 진짜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TV 속에 있었다.

그냥 머리만 단발머리인 나였다!

심지어, 우리 누나들은 나랑 1도 닮지 않았는데,

살면서 처음 본 그 여자는 진짜 나랑 너무 똑같이 생겼다.     


그 여자는 타블로랑 결혼한 강혜정으로

그녀를 보며 든 생각은 ‘내가 알지 못하는 누나가 한 명 더 있었나?’

‘사실 내가 이 집 아들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신 때문에 내가 거짓말쟁이가 될 뻔했잖아요!"    


사실, 강혜정이 아니라 그때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 뻔했던, 그 선생님께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미 거짓말할 것이라고 단정 짓고 던지는 그 질문이 상대방을 얼마나 불쾌하게 만드는지 아냐고!     

수업 중에 갑자기 저런 질문을 던질 정도면 얼마나 궁금했을까?

아마 전날부터 너무 궁금해서 만나자마자 저 질문을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친구들 앞에서 나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중립적으로 질문을 던져주셨다면, 궁금증도 해결하고 나의 인격도 지켜줄 수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궁금증이 중요한 만큼, 학생의 체면도 중요하니!      


왁스의 <부탁해요> 가사처럼

<나는 보기에는 소심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은 괜찮은 남자예요>

<절대 그 사람을 구속하지 말아요. 그럴수록 그는 멀어질꺼예요>


<나는 보기에는 거짓말쟁이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은 괜찮은 남자예요>

<절대 나를 의심하지 말아주세요. 그럴수록 저는 멀어질꺼니까요!!!>

이전 02화 시체 썩는 냄새보다 더 고약한 냄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