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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Nov 05. 2023

나를 지키는 아이

야~옹 (너는 뭐냐!)

녹초가 되어 퇴근하는 어느 날 저녁이었다.


어제도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갔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주차를 하고,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어떤 낯선 남자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르고 키가 큰 사람이었는데, 인상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1대가 20층에 머물러있는 것을 보고는 혼자서 구시렁대며 투덜거렸다. 다른 1대가 지하 1층으로  내려오는 동안, 나는 마음속에 두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왠지... 같이 타고 싶지 않은데... 그냥 걸어서 올라갈까?'


갈등을 하는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였다.

나는 9층을 누르고, 그 남자는 20층을 눌렀다.

그 남자는 한쪽 편에 서서 계속해서 낮게 혼잣말을 하였다.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내가 내리자 그 남자도 따라 내리는 것이었다!

'뭐지?' 하며 얼른 키를 도어에 갖다 대고 급하게 문을 잡아당겼다.

문이 열리자 은비가 문 앞에서 두 눈을 무섭게 뜨고 소리를 질렀다!


야~~~~~~~옹! (은비의 날카롭고 긴 외침소리)
야~옹!
(평상시보다 큰 소리로, 마치 너는 뭐냐! 혼내는 것처럼)

뒤이어 들리는 소리는, "아 사랑합니다, 고객님~" 하며 전화를 받는 척하며 돌아서는 남자의 음성...


나는 깜짝 놀라서 문을 잡아당겨 닫고, 빨리 잠금락을 걸었다.

집안에서 현관문 밖을 살펴보니, 그 남자는 다시 엘리베이터 속으로 사라졌다.


....


문이 열리자마자 내 뒤에 있는 낯선 남자의 모습에 은비는 두 눈을 부릅뜨고 날카로운 외침으로 상대방을 저지한 것이었다.

나는 우리 아파트가 꽤 안전한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고 나니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방묘문(중간문)이 열려있었다면, 달려 나가 한 스크레치를 했을 것 같은 그런 긴장된 순간이었다.


그 남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따라 내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순간적으로 느낀 두려움공포는 사실이었다.

은비가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박스보다는 가방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는 은비]


평상시에는 칭얼대는 어린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위급한 상황에서는 언니말대로 "protect you"인 것 같았다.


잠깐 들르러 온 언니가 은비와 몇 날며칠을 보내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를 알려 주었다. 


시간이 되니 문 앞에 가서 앉아있더라, 네가 올 걸 아는 것처럼...

집사가 귀가하는 시간과 소리를 알고, 문 앞에서 기다려주는 은비가 오늘따라 새삼 고맙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지킴이  #전사  #보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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