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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Nov 20. 2023

교통지옥

루시를 만나러 가는 길

오래전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를 만나러 가기로 하였다. 

2~3년에 1~2번 정도 만남을 갖는 벗인데, 잠깐 연락이 끊어졌다가 언니의 호기심이 발동하여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 주었다. 산골짜기에서 공방을 하는 그 사람은 밝고 맑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으로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편안하고 반가운 그런 사람이었다.


바쁜 도시생활에 찌들어있던 나는 하루하루가 피곤하였고, 골치가 찌근거리는 그런 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몇 해 전 보고 온 눈 내리는 산속의 고즈넉한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곤 하였다. 

냉장고에 붙어있는 그 사람의 명함을 본 언니가 도자기 공방에 관심을 보이며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다시 연락을 하게 된 것이다. 


"내 목소리를 잊어버린 거야?"

"아~니, 폰이 망가져서 번호를 하나도 건지지 못했지 뭐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자기가 먼저 전화를 해 주어서..."

하며 반가워하였다.


미국서 살고 있는 언니는 잠깐 시간을 내서 한국에 들르러 와 있었는데, 얼마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지... 컨텍은 했는데, 같이 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라도 오랜만에 다정한 벗을 만나러 속리산 골짜기를 목적지로 정하고 길을 떠나보기로 하였다.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섰다.

출발은 순조로웠는데,... 네비녀가 알려주는 길로 가다가 어느새 경부고속도로로 합류하라는 안내멘트를 들으며 달리다 보니,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을 보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교통지옥, 교통체증인가??'


사실 나는 사람들로 복잡하고 붐비는 장소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주말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데, 남은 연차를 언니와 사용하기 위해 몰아넣은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토요일에 만나기로 하고 날을 잡았건만, 이건...


고속도로를 20km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며 가야 하다니..., 갈 길은 먼데, 언제 즈음 길이 뻥 뚫릴지...

휴게소에 들러보니, 화장실도 줄을 서고, 주유소도 줄을 한참 서야 하는 상황이네... 뭣하나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왠지 어제저녁에 주유를 하고 싶더니만, 했어야 했구나... 


평상시 같으면,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걸릴 거리를 5시간 정도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사람도 지치고, 기다리는 사람도 지치는 그런 상황이었다.

붐비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그나마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니 그제야 눈앞에 펼쳐진 울긋불긋 붉은색을 입은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참... 아름다웠다. 깊어가는 가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몇 해 전에도 루시를 만나러 내려가는 길에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만나서 되돌아갈 뻔한 적도 있었는데, 매번 우리의 만남이 순탄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는 따뜻한 포옹과 사랑이 묻어나는 인사말로 고생하며 먼 길 달려온 내 어깨 위의 고단함을 단번에 쓸어내려 주었다. 마침 그날이 속리산 축제의 마지막 날이어서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하였다. 더군다나 일기예보에 다음 날에는 비가 온다고 하니...


우와~ 버스전용도로를 쌩쌩 달리던 그 많은 관광버스들이 이곳에 다 와 있는 것
같네!

길거리와 터미널에는 차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어찔어찔한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나는 옛 동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잠깐 쉬었다가 가기로...

은비는...

혹시나 몰라서 자동급식기를 돌려놓고 오기는 했지만, 마음이 좀 짜~안 하네.

불도 켜놓고 오기는 했는데, 집은 잘 지키고 있겠지??

모처럼 만난 우리는 산속의 밤이 깊어가는 것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교통지옥을 또다시 겪고 싶지 않은 나는 차가 막히기 전에 출발하려고 서둘러 준비를 하였다. 그런 나를 붙잡으며 건강식이니 먹고 가라고 잔뜩 챙겨서 나왔다. 아침을 먹는 동안 뭘 자꾸 들고 나오네? 친정 엄마도 아니면서, 친정엄마처럼 바리바리 보따리를 싸서 안겨주는데 뭣이 이렇게 많은지...

우리는 다음 날을 기약하며 아쉬운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자주 올 수 없는 공방의 모습을 남겨놓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루시의  아기자기한 작은 공방]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탁 트인 고속도로를 달렸다.

은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걱정반, 기대반)

경기도의 경계선에 접어들자 이번에는 세찬 비가 쏟아졌다. 물보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은비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잦아드는 빗줄기를 뒤로 하고 드디어 집에 도착하자, 은비는 아주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마치 "어딜 갔다 왔냐?"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야옹~ 야옹~ 하며 따라다녔다. 자동급식기가 말썽을 부려서 자기를 화나게 했다고 고자질도 하면서...


은비야, 미안하대이~

나는 그날 오후 내내 은비의 불평을 들어야 했다.


 #루시 공방 #도자기 공예 #도자기 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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