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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간은 흐른다

교통법규=모두의 안전 보장

by 마들렌

직장인으로 살면서 출근시간은 칼 같이 지키지만, 퇴근시간은 고무줄같이 늘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자고 몇몇 동료들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매번 나의 의지만으로 지켜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장에 있다 보면, 일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아무리 바쁘게 설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월중계획표에도 없는 일정이 잡히거나, 행사가 생기면 더욱 그러하였다. 몸 받쳐 충성하고 나니, 남는 것은 무너진 건강뿐이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고, 회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근무 시간 안에 일을 정리하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말 못 하는 내 새끼(냥이)의 하루가 궁금하기도 하였고, 배 곪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가방을 챙기기로 하였다.



우리 보스는 정말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치도 있지만, 무엇보다 입심이 대단하다. 자신은 모르지만, 그분의 약점이기도 한 <약속시간 못 지키기>를 그 대단한 입담으로 덮어버리곤 하니까. 외부에서 행사가 있거나 강의에 참석해야 할 때도, 매~번 늦는다. 아주 습관적으로...


사무실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하다가 약속 시간에 늦게 될까 봐, 나를 비롯한 몇몇의 사람들이 번갈아 가면서 시간을 알려주지만, 매번 하는 말이 있었다.


"아유~ 걱정하지 말라니깐~ 내 머릿속에 시계가 있다고요~."

그 머릿속에 시계는, 어떤 시계지? 매번 지각하도록 만드는 그 요물단지(?)는 사람 마음을 묶어두는 시계일까?

나는 "도로 위의 상황은 예측할 수 없으니, 여유 있게 출발하시는 것이...."라고 한번 더 재촉해 보기도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허둥지둥 서둘러 떠나면서 여러 사람 마음을 번잡스럽게 하고 가신다. 그러고 나면, 씁쓸한 건 나만의 감정은 아니었다.


<따르릉~ >

"저~ 000인데요. 센터장님이 참석하시는 거 알고 계시죠?"

"그럼요~. 곧 도착하실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라고 반복된 거짓말로 멘트를 하면서, 우리 보스는 오늘도 지각이구나 하는 것을 사무실에 있는 사람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면서 다시 한번 확인하곤 하였다.


"아니~ 도대체, 왜 매번 저렇게 헐레벌떡 가야 돼요? 먼저 가서 여유 있게 기다리면 안 되나요?"

"내버려 두셔, 암만 이야기해도 안되잖아. 저래 살다 가겠지."

"지난번에 캠페인 때도 늦게 오셨잖아요. 기다리는 동안 너무 창피해서 가슴이 조마조마했었어요. 다른 기관의 높은 분들은 다 와 계시는데..., 본인이 마치 주인공처럼 짠~ 하고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왜 본인 마음대로 잡아먹죠? 매번 머릿속으로 시간 계산 한다면서요? 길 위의 시간이 항상 본인 생각대로 들어맞기나 하나요? 세미나에 갈 때 비행기 놓친 적이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시던데, 그게 자랑거리가 되는지 저는 좀 갸우뚱했어요."

지각대장 보스의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에 서로의 생각을 드러내보기도 하였다.

[모래시계-모래가 흘러내린다]




한 해가 기울어가는 마지막 달의 월례회의 시간이었다.

보스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가 진행했던 여러 가지 사업에 대해 언급하였고, 별 탈 없이 모두들 수고했다는 말씀을 하였다. 위탁 법인이 변경되는 시점에서 올해까지는 허용되었지만, 내년부터는 정말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셨다.

기관차 이용과 명의 변경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범칙금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기관업무와 피해자 지원 업무를 하다가 발생한 과태료와 범칙금을 지금까지는 기관에서 부담했지만,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선생님들이 빨리 피해자를 연계하기 위해 달려가다가 신호위반, 속도위반 등을 한 적이 있지요." 하며 내 얼굴을 쳐다보며 "그렇죠?"라고 눈빛으로 물어서,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맞네요. 범칙금 고지서가 있다고 하네요."


순간 술렁술렁 대며 참석한 전 직원들이 자기네들끼리 "난가? 나 아니겠지?" 하며 조금은 당황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나는 누군지 알고 있다. 나는 니들이 한 일을 모두 다~ 알고 있다...'

마음속으로 속삭여 보았다.


"에이~ 아니겠지. 센터장님! 혹시 저인가요? 설마~요, 제가 얼마나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데요! 저한테 고지서가 나왔다에 음료수 다 돌릴게요!라고 허스키 보이스 선생님이 자신 있게 말하였다.


'아이고 우짜겠노,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 '라이더 선생, 니 가요 제일 많이 찍혔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지방방송은 하지 않는 게 내 철칙이라 그냥 눈만 꿈벅꿈벅 거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법규를 잘 지킨다고요? 그럴까요?

센터장님이 장난스레 미소 지으며 대답하셨다.

"여러분, 잠시 쉬었다가 10분 뒤에 회의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난리가 났다. 서로 자긴가? 자기 아닌가 하면서...

나는 얼른 올라와서 영수증을 찾아보았다. 기관 내에서 유명한 라이더 선생이 마침 자기는 아니라고 하니, 증거 자료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이 선생님도 분명 확인하러 올라올 것이다. 내 기억력은 틀림이 없다. 나는 만일을 위해 범칙금 고지서, 납부 영수증과 출장명령서와 그 외 세부내용을 확보해 놓았다.


회의는 다시 시작되었고, 센터장님은 내게 사인을 보내시더니, "저 선생님이 자신은 교통법규를 잘 지킨다고 하는데, 맞나요?" 하며 물어보셨다.

"아닌데요. 김 00 선생님, 오늘 음료수 다~ 돌리셔야겠어요."

내가 이렇게 답변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진 김 00 선생님, 이마를 짚으며 돌아 앉았다. 쉬는 시간에 내게 와서 속삭이며 물어보길래, 위층에 자료를 펼쳐놓았으니 확인해 보라고 알려주었다.


이런 날이 오다니!

그날 참석한 20여 명의 선생님들은 맛있는 차를 다 얻어마시게 되었다. 사실 그 선생님 외에도 더 있었지만 굳이 기관에서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었는데, 자신은 아니라고 호언장담을 해 버리는 바람에 코가 꿰여 버린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외부 지원 나갈 때에, 기관차를 운행하면서 속도위반, 신호위반, 차선 위반, 심지어 하이패스 미납요금 영수증까지 많이도 날아왔었다. 퇴근 시간 전에 들어오기 위해 그냥 마구 달리는 것 같았다. (연장근무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도 같이 동행지원을 나가봐서 어떤 상황인지 이해는 하지만..., 자신의 안전과 피해자 안전은 뒤로 하고 시간 맞춰 퇴근 도장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운전습관대로 달리는 건 정말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들은 달린다. 그냥 달리기를 하듯 앞만 보고 달린다. 차는 돌보지 않는다.

제발 오늘만 살지 말자. 내일의 태양도 뜬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시간은 돈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목숨도 하나다! (마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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