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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구경-활기가 넘치는 삶의 현장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배움의 장소

by 마들렌

사무실 인근에 큰 재래시장이 있었다.

처음 사무실에 오는 길도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물품구입을 하러 다닐 때도 재래시장 인근은 완전 별천지였다. 내가 가려는 목적지가 인근에 고만고만하게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혼자 또는 직장 동료와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게 되었다.


우와~!

이리 봐도 신기한 것들 천지고, 저리 봐도 색색깔의 과일과 산지가 다른 온갖 다양한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치도 아이처럼 재미나는 시장 구경에 넋을 빼고 보다가 걸음이 빠른 동료를 놓치기도 하였다.

대형마트에 익숙했던 나는, 오랜만에 보는 재래시장 구경이 별천지를 만나는 것처럼 즐거웠다.

내가 아주 작은 꼬마였을 때, 어머니를 따라 외가에 갔다가 <오일장>에 따라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데, 그때 이후로 시장 구경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요즘은 카드결제가 되는 곳이 많이 늘어났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현금거래 또는 온누리상품권 같은 한정된 수단으로만 이용 가능하였기 때문에 급여소득자인 나 같은 사람은 영수증을 받을 수 있는 대형마트를 선호하였을 것이다. 주차를 하면, 원스탑으로 한 번에 다 해결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편리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재래시장은 천정 공사를 하여 비가 와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것 같았다.


고가구에 관심이 있는 나는 나갈 때마다 이 주변을 얼쩡거리며, 윈도쇼핑을 하기도 하였다.

[지나갈 때마다 가격을 훎어보곤 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이런 큰 시장이 가까이 없었다. 시간이 날 때, 가끔 버스를 타고 시장 구경을 가기도 하지만, 이보다 크지 않았다. 문만 열고 나오면 바로 인근에 이런 큰 시장이 있다는 것은 새로운 볼거리가 있어서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을 것 같다.


도로가에는 주로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들이 야채며, 나물이며, 나는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상품들을 전시해 놓고 계셨는데 할머니들이 만드신 가격표를 보고 있으 저절로 웃음이 나오곤 하였다.


건어물 골목, 반찬가게 골목, 해산물 골목, 의류 판매 골목, 곱창골목, 갖가지 분식점이 즐비한 골목 등... 이제는 제법 장소가 머리에 그려지기도 한다. 골목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다 보니, 지금은 간판도 생소한 [의상실]이 보였고, 예스러운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사진관, 골목 주점 같은 것도 볼 수 있었다.


골목의 구석에는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상점도 있었는데 1980년대에 온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옛 모습 그대로서 어릴 적 향수가 느껴지기도 하였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날이면, 입맛이 다양한 동료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동료와 나는 시장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니면서, 맛난 음식을 사 들고 와서 함께 나누어 먹곤 하였다.


[반찬가게 등이 많이 있는 골목이다]




쉬는 날, 사야 할 것들이 많아서 오랜만에 차를 몰고 와서 공영 주차장에 세워놓고는 여유 있게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고향에 있는 재래시장보다는 훨씬 규모가 작았지만, 제법 향수가 느껴지는 추억의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 종교 때문에 아버지에게 쫓겨나서 눈물 흘리며 무작정 집을 나온 나는 어두운 재래시장을 가로질러 나의 목적지까지 몇 시간을 헤맸던 적이 있었다. 컴컴한 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상가들이 대부분 문을 닫은 어두운 거리를 겁도 없이 돌아다녔던 때였다.

내 기억 속의 필름을 되돌려 보면, 구석구석에 가득히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를 보면서 숨 가쁘게 흘러갔던 하루가 마무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고, 새벽녘 이른 시각에 환경미화원들이 바쁘게 쓰레기를 수거해 가던 모습을 보면서 곧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나는 마트에서는 살 수없는 물건을 구하러 재래시장에 간 적이 있었다.

날씨도 쾌청한 날 생선가게 골목과 야채상들이 즐비하게 있는 곳들도 지나고, 약재상이 있는 골목도 가게 되었다. 시장의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나는 뭔가가 활발하고 힘차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펄떡거리는 에너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아주 즐겁고 흥미로웠다!

그 옛날 나 혼자 어둠 속을 헤맬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 후,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갈길을 잃고 방황하게 될 때에는 어김없이 [재래시장] 찾아가게 되었다. 이른 새벽 시장에서의 느낌은 조용하게 기지개를 켜며 꿈틀거리는 뭔가가 있었고, 낮동안의 시장은 활력 그 자체였다. 어두움이 내려앉는 시장은 낮동안의 활기를 접고 천천히 쉼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차분히 내려앉는 에너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곳에 가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다른 곳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이곳 시장에서 보게 되는 소박한 사람들의 모임이, 열심히 일하면서 땀 흘리는 모습이 좋았고, 손님들과 흥정하고 거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상인들끼리 나누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던 것 같았다.


그러면서 내가 무엇을 놓치고 살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려는 그들의 에너지를 쪼금이라도 끌어와서 나의 에너지로 만들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었던 같았다.


말 그대로 그곳은 삶의 현장이었고, 배움의 현장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다.


[안양중앙시장 곱창 골목--> 다음(daum) 이미지 참조]


참고로, 어린아이를 동반할 때에는 꼭 손을 잡아야 한다. 재미난 것이 너무 많아서 엄마의 손을 뿌리치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어른도 재미있어하는데, 이제 막 세상에 눈뜬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나는 세상이겠는가!


언젠가 피해자 지원을 하면서, 삶의 의욕이 바닥을 치던 한 사람에게 (병원) 치료가 끝나면 재료시장 구경을 가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왜요?
그곳에 가면 새로운 세상이 보일 거예요!

사람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뭔가는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 재래시장 # 시장구경 #에너지 #삶의 현장 #의욕 #배움의 현장 #추억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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