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피해자 이동 지원을 하고 오라는 보스의 지시가 내려졌다.
오랜만에 외부 지원을 나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업무분장으로 인해 포지션이 행정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야 할 일이 조금은 줄어들었던 참이었다.
"신입도 있는데, 왜 선생님이랑 나가라고 하는 걸까요?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건가?"
라이더 선생님은 운전대를 잡고 불만스레 내게 툭툭 던졌다. 뒤에는 어린 피해자 두 명이 앉아 있는데 연이어 말하였다.
"좀 전에 우리 보스가 내게 '제발 선생님 방식대로 운전하지 마세요!' 하더라?"
"그래요? 보스도 선생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 보셨나요?"
"그랬지. 내가 아주~ 잘 하좒아~."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며 조수석의 손잡이를 나도 모르게 꼬옥 잡게 되었다.
"선생님~ 아이 참, 그 손잡이 안 잡아도 돼요~. 나를 못 믿겠다는 거예요?"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허리가 다시 아파서 좀 꼿꼿하게 앉으려고요."
하며 대답을 하였다. 사실 무섭기도 하였고 걱정도 좀 되었다. 사실 나는 처음 교통사고 난 후, 그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한번 어딘가에 처박히게 된다면 아마도 허리가 부러질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스피드광인 동료 선생님에게 전 직장의 수도자 직원들과 있었던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1. 수녀님들의 교통법규 위반
수도자 직원들은 시 외곽지에 있는 기관으로 소임 이동을 하고 난 뒤 필요에 의해서 운전을 배우고, 연수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조금은 겁도 내더니만, 어느 날부터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달리기 시작했고, 수도복이 마치 철갑옷 인양 나갈 때마다 범칙금 고지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범칙금 고지서가 나날이 늘어나면서 나를 비롯한 몇몇 관리자 수녀님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야만 했다. 자매 수녀였던 국장님도 너무하다 싶었는지 원장님께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보고를 하였고, 원장수녀님은 기관장 회의로 본원에 갔다가 이런 사실을 관구장에게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일반인에게 범칙금 고지서는 속은 쓰리지만, 자신의 돈으로 해결하면 되고, 반복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성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수도자들은 청빈의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소유가 없다. 필요할 때마다 분원장의 허락을 받고 필요한 경비를 타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다 해도 구경도 해보지 못하고 수녀원 통장으로 다 들어가기 때문이다(수도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경험해 본 곳은 그렇게 했다).
사실 자신의 급여가 얼만지도 모른다. 사회복지시설 기관이 대부분 25일이 급여일이라고 해도 그날이 급여일 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일은 저질렀지만, 돈은 수녀원에서 나가게 되므로, 책임감의 무게나 물질에 대한 아쉬움은 일반인들보다 덜 느끼는 것 같았다(내 생각에).
보다 못해 관구장님은, 각자 수녀들에게 용돈을 줄 테니 거기서 범칙금을 해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얼마 안 되는 용돈 안에서 범칙금을 해결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게 되니, 아니나 다를까 그때부터는 범칙금 고지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웃기지만, 사실이었다. ㅋㅋㅋ...
2. 공동모금회 차량으로 교통법규를 어기지 말아 주세요!
기관에 근무할 때, 가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주관하는 사업 설명회에 참석할 때가 있었다.
<사회복지시설기관의 차량지원 공모사업> 일 때 담당자가 호소하듯 교통법규를 잘 지켜달라는 안내사항을 꼭 하였다. 거의 대부분 웃음을 터트리지만,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시간에 쫓기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상습적으로 진행된다면 곤란한 일이라는 것이다.
설명회를 마치고 기관으로 돌아온 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는 어김없이 각 기관마다 다시 한번 더 공문을 발송하였고, 제발 공동모금회 마크(빨간 열매)가 찍힌 차량 운행 시, 교통법규를 잘 지켜달라는 내용을 담아왔다.
[모금회 차량 지원사업]에 공모하여 선정된 차에는, 기관 명칭과 지원처의 로고가 찍혀 있다. 나처럼 FM 스타일이 아닌 이상, 사람들은 자주 아니,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쫓기다가 교통법규를 어기는 일이 더러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교통카메라에 딱, 딱, 찍혀 증거가 남아버렸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전 직장의 수도자 직원들도 기관명과 공동모금회 로고가 찍힌 차를 주로 선호하면서 속도위반, 차선 위반, 주정차 위반, 접촉사고 등을 수도 없이 많이 하였던 것이다. ㅠㅠㅠ...
어느 날, 수녀님과 함께 내가 대상자를 모시러 터미널에 다녀올 때였다. 한창 운전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수녀가 운전대를 잡았다. 열심히 달리던 차는 삼각지 신호등에서 신호대기를 하다가 빨간불에 좌회전을 하는 것이었다.
"안돼!"라고 외쳤지만, 이미 차의 앞머리를 틀어버린 상황이었다.
"비보호인데, 왜 안 돼요?"
"비보호는 녹색불일 때, 가능한 거죠. 비보호는 사고가 나면 보호받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차도 안 오는데 그냥 가면 되지~."
"오 마이갓! 그럼 신호등은 왜 있을까요? 뒤에 어르신들 태우고 이러면 안 되죠."
"에이~ 다음부터 잘할게요!"
...
조금 전 기관을 벗어날 때, 거칠게 핸들을 좌측으로 꺾으며 중앙선을 넘었던 내 동료는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도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깔 웃기 시작하였다.
"우와~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수녀님들은 전~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우와~ 너무 재미있다!"
"선생님, 웃으라고 한 이야기 아니거든요. 선생님도 조금 전에 중앙선 넘었잖아요. 아니 조금만 돌아가면 되는데, 뭣이 그리 급한데?? 제발 오늘은 운전 좀 살살하면 안 돼요?"
안전 운행해 주세요! please~.
사실 운전은 나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또 운전대를 잡으면, 이상하게 변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모두가 안전운행을 하려는 마음으로 교통법규를 잘 지킬 때에 도로 위가 안전해질 것이다.
도로 위의 무법자로 인해서 죄 없는 사람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말이다.
요즘 TV에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뉴스가 유독 많아진 것 같다. 급발진 사고, 어린이보호구역의 교통사고, 마약 등 약물복용 후 폭주사고, 음주운전 사고 등, 부주의한 사람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중경상을 입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자동차의 결함이나 오작동도 문제지만, 마약 또는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민식이 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었지만, 실형을 사는 경우보다 집행유예가 더 많다고 알고 있다. 양형은 미흡하고, 그런 솜방망이 처벌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가족들은 다시 한번 울분을 터뜨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왜, 왜일까?
판결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면 반복되는 내용이 있었다. 초범이고... 합의를 했고... 반성을 하고 있고... 주로 이런 내용이었다. 합의했다고, 반성하고 있다고 죽었던 사람이 살아오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 이 초범이라는 게 제일 문제인 것 같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쉬워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초범, 재범, 삼범... 최근에 영화배우 박 00은 음주운전 3회 전력으로 검찰에서 실형 6개월을 구형했다는 내용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초범일 때 가장 강력한, 무거운 양형을 내려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 판사님들은 가해자들에게 너무나 호의적인 것 같다. 요즘 주말에 SBS에 방영되고 있는 <지옥에서 온 판사>의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해자에게 지나치게 온정적이라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조이수 작가의 집필 계기)"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재판결과와 양형에 대해 터져 나오는 불만과 부당함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불편한 심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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