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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Feb 02. 2022

운전 좀 살살하시면 안돼요?

자칭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하는 내 동료는...

피해자 지원을 하고 오라는 보스의 지시가 내려졌다. 

오랜만에 나가는 것이다. 그동안 업무분장으로 인해 포지션이 행정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외부로 나가야 할 일이 조금은 줄어들었던 참이었다.


"신입도 있는데, 왜 선생님이랑 나가라고 하는 걸까요?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건가?"


라이더 선생님은 운전대를 잡고 툭툭 던졌다. 뒤에는 어린 피해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연이어 말한다. 

"좀 전에 우리 보스가 내게 '제발 선생님 방식대로 운전하지 마세요!' 하더라?" 

"그래요? 보스도 선생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 보셨나요?" 

"그랬지. 내가 아주~ 잘 하좒아~." 

씩 웃으며, 나를 돌아보는데, 나는 조수석의 손잡이를 나도 모르게 잡게 되었다.


"선생님~ 그 손잡이 안 잡아도 돼요~. 나를 못 믿겠다는 거예요?"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허리가 다시 아파서 좀 꼿꼿하게 앉으려고요."

하며 대답을 하였다. 사실 무섭지는 않은데, 걱정은 좀 되었다.


동료 선생님에게 전 직장의 수도자 직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1. 수녀님들의 교통법규 위반


수도자 직원들은 시 외곽지에 있는 기관으로 소임 이동을 하고 난 뒤 필요에 의해서 운전을 배우고, 연수를 하였다. 조금은 겁도 내더니만, 어느 날부터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달리기 시작했고, 수도복이 마치 철갑옷 인양 나갈 때마다 범칙금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범칙금 고지서가 나날이 늘어났다. 자매 수녀였던 국장님도 너무하다 싶어서 원장님께 보고를 하였고, 원장수녀님은 기관장 회의로 본원에 갔다가 이런 사실을 관구장에게 보고 하였단다.

사실 일반인들 같으면 속은 쓰리지만, 자신의 돈으로 해결하면 되고, 반복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을 할 것이다. 

하지만, 수도자들은 청빈의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소유가 없다. 필요할 때마다 분원장의 허락을 받고 타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다 해도 구경도 해보지 못하고 수녀원 통장으로 다 들어가기 때문이다.(수도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경험해 본 곳은 그렇게 했다)


사실 자신의 급여가 얼만지도 모른다. 사회복지시설 기관이 대부분 25일이 급여일이라고 해도 그날이 급여일 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일은 저질렀지만, 돈은 수녀원에서 나가게 되므로, 책임감이나 물질에 대한 아쉬움은 일반인들보다 덜 느끼는 것 같았다(내 생각에).


보다 못해 관구장님은, 각자 수녀들에게 용돈을 줄 테니 거기서 범칙금을 해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얼마 안 되는 용돈 안에서 범칙금을 해결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게 되니 그때부터는 범칙금 고지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웃기지만, 사실이다. ㅋㅋㅋ...


2. 공동모금회 차량으로 교통법규를 어기지 말아 주세요!


기관에 근무할 때였다. 

우리가 잘 아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어느 날 공문이 왔다.

요지는, 제발 공동모금회 마크(빨간 열매)가 찍힌 차량 운행 시, 교통법규를 잘 지켜달라는 내용이었다.


기관 차량은 수명이 짧다. 여러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차를 운행하였고, 사람마다 운전 습관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덜 아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빨간 열매 마크]


[모금회 차량 지원사업]에 공모하여 선정된 차에는, 기관 명칭과 지원처의 로고가 찍혀 있다. 나처럼 FM 스타일이 아닌 이상, 사람들은 자주 아니, 어쩔 수 없이 시간에 쫓기다가 교통법규를 어기는 일이 더러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교통카메라에 딱, 딱, 찍혀버렸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전 직장의 수도자 직원들도 기관명과 공동모금회 로고가 찍힌 차를 주로 선호하면서 속도위반, 차선 위반, 주정차 위반 등을 수도 없이 많이 하였던 것이다. ㅠㅠㅠ...




조금 전 기관을 벗어날 때, 거칠게 핸들을 좌측으로 꺾으며 중앙선을 넘었던 내 동료는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도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깔 웃기 시작하였다.


"우와~ 새로운 사실을 알았네요!. 수녀님들은 전~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우와~ 너무 재미있다!"


선생님, 웃으라고 한 이야기 아니거든요. 제발 오늘 운전 좀 살살하면 안돼요?

안전 운행해 주세요! 

please~.


[경찰청 교통민원24에서 따온 이미지]



운전은 나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또 운전대를 잡으면, 이상하게 변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모두가 안전운행을 하려는 마음으로 교통법규를 잘 지킬 때에 도로 위가 안전해질 것이다.


도로 위의 무법자로 인해서 죄 없는 사람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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