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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Nov 19. 2021

내 동료는 라이더(rider)

제발 속도 좀 줄이시오!

예정에 없는 외근을 나가게 되었다.

급하게 점심을 먹고 양치할 시간도 없이 등 떠밀려 가게 된 것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담자를 거주지 인근의 지구대에 인계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오후에는 또 다른 일정이 잡혀 있어서 우리는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 파트너가 예사로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허스키 보이스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개성 있는 사람이었으며, '속도광'이었던 것이다. 나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담자를 모시고 갈 때는 사업 이야기는 접어 두시고...라고 하셨던 보스의 지시를 묵묵히 지키기 위해 근질거리는 입을 꾹 다물고 가는 것 같더니만, 연신 밟아대는 엑셀러 레이터(accelerator)의 위력은 나를 금세 두려움에 빠지게 했다.


과속방지를 위한 속도제한 알림 화면(속도위반 단속)에는 붉은색이 현란하게 번쩍거리기 시작하였고, 부~왕하는 성난 엔진 소리가 나의 귀를 자극하였다. 며칠 전에 깜빡이를 안 켜고 차로 변경을 했다고 누군가가 자신을 신고해서 벌금을 물었다는 이야기를 쏟아 놓더니, 깜빡이를 연신 이쪽저쪽으로 치면서 차로를 누비기 시작하였다.


"샘! 샘! 이차 기관 차 아닌 거 아시죠? 내담자 모시고 갈 때 안전 운전해야 하는 거 아시잖아요. 천천히 좀 갑시다."

라고 하면서 밀려오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마침내 나는 그 선생님의 오른팔을 붙잡고 사정을 하게 되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우리 바쁘좐~아~." 

하며 목소리만은 천하태평이었다.




내담자를 목적지까지 무사히 모셔다 드리고, 잠시 한숨을 돌리고는 다음 목적지로 향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더욱 쌩쌩 달리더니, 휴대폰 거치대에 매달려 있는 전화기를 향해 거침없이 소리친다.


"아리야, 아리야, 사무실로 전화 걸어줘!"

아리(SKT)는 잠시 묵묵부답이더니, 이내

저장된 번호가 없습니다."


라고 대꾸를 하였다.

"그럴 리가 없는데~? 아리야, 아리야, 00 센터로 전화 걸어줘."


아리의 침묵의 시간은 좀 더 길어지더니, 이번에도 "저장된 번호가 없습니다."라고 대꾸를 하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대답도 잘하지 않는 아리 그만 부르고, 운전에만 집중을 라고 부탁을 하였다.


"선생님은, 멀티가 안 되는구나!" 하며, 고개를 휙 돌려서 나를 한번 쓰윽 쳐다보았다.


(나는 속으로)

내가 멀티가 안 되는 것이 아니고, (운전 중에는) 안 하는 것이지, 이 선생님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오후 일정을 소화하고, 또 다른 선생님과 합류하였다.

(작은 차라) 연장자이시고 키가 큰 선생님을 앞 조수석에 앉게 하고, 나는 뒷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런데, 승객이 바뀌었다고 라이더 본성이 어디 가겠는가?


2차선 도로를 또 요리조리 달리기 시작하자, 조수석에 앉은 동료 선생님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선생님! 아이구 어지러워라, 좀 살살 달려!"


나는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깔깔깔~ 웃고 말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정이 잘 마무리된 후 그 선생님은 퇴근하였고, 저녁 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 모인 일행들에게 오늘 낮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자, 한 번씩 동행해 본 적이 있었던 선생님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떤 상황인지 안다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지나고 나서야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지만, 아마도 내 수명은 몇 년 줄어들었을 것이다.


통 기관에서 사용하는 공용차는 수명이 짧다. 왜냐하면, 직원들마다 운전습관이 다르고 자신의 소유처럼 아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안 그런 사람도 있겠죠). 공용차를 몰 때도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 필요에 의해서 자차를 몰았으니 얼마나 신나게 달렸을까?


살아 있으니, 이렇게 글을 쓰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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