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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Feb 12. 2024

약속은 지켜야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은 거야?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에 은비는 뭔가 원하는 것이 있는지 계속 어슬렁거리며 나를 따라다닌다. 양치를 하고 있는데 뭔가 옆에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았다.


'응? 이건... 내가 만들어준 낚시대인데...'


어제 늦은 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은비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장난감 공을 혼자 돌리며 처량하게 우는 것이 아닌가! 적어도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은비의 최애 장난감]


아이 참... 

벌떡 일어나서 전등을 켜고는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이의 장난감 앞에 마주 앉아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공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낚싯대도 정신없이 흔들어 주었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에 이렇게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니... 


은비야, 내일 아침에 또 해줄게, 이제 그만 자자.

[열심히 놀아준 집사를 위한 은비의 서비스--> 꾹꾹이]


이것이 어젯밤에 내가 뱉은 말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 말을 잊지 않고 내 발옆에 그 장난감을 툭 떨어뜨리고는, "약속했잖아요" 하는 눈빛으로 레이저를 쏘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네??


이런 이런... 지금 나 바쁜데... 내 말을 알아들은 거야?

진짜?? 내 말을 알아들은 거야???

음...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겠지. 그래,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


(집사가 지각을 하건 말건 네 사정은 아니라는 거지? 내일은 좀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 ) 




한동안 내가 딴짓한다고 신경을 못 써주고, 같이 놀아주지도 않았더니, 이 녀석은 몸무게로 보답을 해왔다.

오랜만에 체중을 재어보니, 옴마야! 애써 줄여놓은 체중이 고대로 원상 복귀되어버렸네. 

300g이...


은비야, 이리 와~ 너 오늘부터 간식은 없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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