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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Sep 05. 2023

뭐, 무임승차라고요?

발표자 혼자만 떠들고 들러리 서서 감점.

어이, 옆에 거기! 무임승차냐?




사회과목이 든 날마다 아이가 거론한 반친구가 있었다.

맨 앞에 앉아 시도 때도 없이 손을 들고 질문이 너무 많은데 딱히 교과 연계도 안되어 선생님도 짜증을 내신다는.

엄마는 이리 묻고 만다.

엎드려 자는 아이들도 많다며 독보적인 똘똘이인걸?

어휴, 아니거든요.


사회과목에 약하다고 생각하는 아이와 일반사회 교사가 꿈이었던 엄마는 주목받고자 온갖 질문거리를 늘어놓아 "쟤 뭐야?"소리를 자초하는 사회시간 ㅈ가 공통 관심사였다.

수행평가를 앞두고 아이는 씩씩대며 말했다.

"망했어, 사회! 잘난 척쟁이랑 나랑 한모둠!"




아이는 최일선에 나서지는 않아도 발표를 고역스러워하진 않는다.

욕심이 있어서 자기 힘을 빼고 대충 얹어가는 것을 오히려 마다하고 자료수집이나 발췌초록 역할도 좋아했다.


모둠발표 준비단계부터 아이는 절레절레하며 자기 말은 도통 안 듣는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잘난 척쟁이 발표는 혼자 알아서 한다길래 상대하기 싫어 놔뒀는데 아이가 자신 있게 준비한 발제부터 참고자료 일체를 무시하고 자기 거로만 하겠다 고집을 부린단다.

ㅈ은 반에서 자기가 가장 잘하는 과목이니 알아서 할 거라고 가만있으라 했단다.

아마 다른 누가 짝이 되어도 망할 거라며 아이는 포기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새 학기 가장 욕심내고 만회하려던 과목이었는데.

수행평가 전에나 기웃댈 뿐 결과는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아야 마땅함이 사춘기 자녀 둔 부모이다.

거기까지였다.




2학기를 앞두고 아이 책상을 정리하다 과목 발표지에 적힌 반친구들 평가서를 보게 되었다.


무임승차냐?

그렇게 내 아이를 명명하고 있었다.

직후에 아이 심정이 어땠을지 뒤늦게 본 만큼 뒤늦게 분했다.

ㅈ를 몰랐다면 대체 모둠발표를 어떻게 한 거냐고 다짜고짜 호통 쳤을지도 몰랐다.

부르르 떨었을 아이 기분을 헤아려본다.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를 평가한 반친구들 평가이니 어쩌겠나 싶으면서도 엄마의 선 넘는 아쉬움.

아이의 세계이다.




"지하철 무임승차 적발 시 십만 원이 부과됩니다."

이런 경범죄 처벌규정이 연상되니 기분 참 별로다.


아이가 노력하는 친구에게 기대어 거저먹는 입장으로 보였다니 속상하다. 많이 속상하다.

할 수만 있다면 반아이 하나하나를 붙들고 전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고 설명하고 싶다.

더군다나 소문난 잔치 먹을 것도 없다고 핵심에서 벗어나서 썩 좋은 평가도 못 얻었다.

아이에게 말을 꺼내지 않기로 못 본 걸로 하고 평가지는 전학기 자료집에 넣어둔다.


커버포함 사진출처 픽사베이


뭐가 어찌 되건 무임승차는 아니 되고.

프리패스는 학습 과정에선 어림없는 일이다

변명보다는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거기에 파트너 운이 따르지 않거나 그럴 경우 더한 지혜와 용기가 생기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2학기에도 ㅈ는 여전히 사회시간 맨 앞자리를 전세 내어 상관도 없는 질문 하느라 계속 손을 드는 것에 질렸다면서 웃고 마는.

내 아이 마음씀이 좋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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