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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Oct 18. 2023

나에게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전에 살던 동네의 주민센터는 바로 코앞이었다.

주소이전을 하자마자 주민센터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프로그램을 훑었다.


나에게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엄마라는 역할을 엄마끼리 재조명하자는 취지 같았다.

매주 일정 인원이 모여서 개인밥상을 받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평생 밥상만 차리고 설거지가 당연한 엄마에서 다른 사람이 차려준 정성 들인 한 끼 식사를 받아보고 식사 후 수저를 놔도 되는 호사.


나는 가장 연소자였고 출산휴가 중에 아이를 친정어머니께 잠시 맡기고 나오는 주 1회 모임이었다.

엄마에 대한 기억,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 엄마여서 겪는 기쁨과 슬픔.

다만 엄마를 그리워할 이젠 거의 할머니인 위치의 분들이 많으셔서 수유할 시간이 되어와야 통감하는 새내기 엄마로선 좀 낄 곳이 맞나 어리둥절인 채로.

과정을 마쳤던 기억이 있다.




수시로 돌아다니며 빗어대는 통에 방바닥 여기저기 널린 아이 머리카락을 쓸어내면서.

전날 그토록 별표 표시에 응용문제까지 내줬음에도 보란 듯 틀려온 시험지를 보면서,

새벽에 두 번이나 화장실 들락대는 건 싫은데 꼭 밤중이 되어서야 물이 먹히는 습관.

심사가 틀어진 오후였다.


엄마라는 계급장 떼고 킬킬대며 티브이 오락프로 앞에서 과자 부스러기 떨어진 걸 모른 척하고 싶은 시간이었다.

휴대폰ㅅ 어머니 부고 메시지 두 통이 한참 전에 와있었다.

판에 박힌 동시에 뿌려지는 부고장 대신에 ㅅ답게 전갈한 텍스트 형태로 보내왔다.

앞이 뿌예졌다.

내가 툴툴대며 시간이 가든 말든 내 가진 것에 불만에 차있는 동안.

어느 영혼은 생과 사를 넘나들었다.

"언니, 나처럼 엄마 역이 안 어울리는 출연진 봤어? 이게 다 내가 연기력 좋은 엄마를 못 가져서야."라며 늘 옆에 계신 어머니에게 허기진 것을 빙 둘러 말하던 ㅅ.

그 마음이 나와 닮아서 우린 엄마라는 이름을 가장 거북해하고 어색해하면서 내내 그리워했다.


ㅅ어머니 부고 소식 앞에서. 고작 어깻죽지  아픈 거. 저녁 반찬거리, 분리배출 요일 맞추는 것.

너무 하찮다.

그러나 어쩌는가.

남겨진 우리에겐 우리의 소임있는 것을.



ㅅ이 이젠 엄마 없는 아이가 되었다며  맞는다.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는 듯 우는 듯 보조개가 파인다.

손을 잡았.

그 순간 나는  ㅅ 엄마가 되었다.


몰라서 그렇지 우리에겐 한시도 엄마가 없는 순간은 없는 까닭이다.


커버 및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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