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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Dec 29. 2023

만화방이라니? 웹툰시대에.


영상 보는 걸 좋아하지만 웹툰은 입문 전이었다.

영상은 금지이되 카툰을 가족들과 돌려보곤 한다는 친구 ㅌ이 아이는 궁금했나 보다.

ㅌ부자가 자주 가는 카툰카페따라가겠다고 열흘 내내 졸라서 방학날 허락했다.

놀숲이 마구 퍼지며 유행하던 때 딱 한 번 아이들과 가보고 만화방은 처음이었다.

아늑한 2층에서 만화시리즈도 쌓아놓고 넷플릭스도 보고 음료도 마시고 스낵도 즐기는 카페형 만화방.

그날도 ㅌ네는 일가족이 총출동하여 아래윗집으로 룸 두 개에 아지트를 마련해 즐기는 중이었다.

"어서 와, 만화방은 처음이지?" 두 팔 벌려 환영하는 ㅌ쪽을 향하는 아이 표정은 눈부셨다.




만화와 만화방이라 하니 웹툰 시대에 촌스럽다고 아이가 부끄러워한다.

웹툰방도 아니고 툰카페라기도 그렇고.

뭐라 불러?


다음날 들른 도서관에서 책으로 본 마지막 만화책과 조우했다.

십 년도 훌쩍 지난 시리즈.


심승현 작가의 파페포포 레인보우


파페와 포포의 꽁냥꽁냥 이야기.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차 안에서 읽었다.

자동차극장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너무 좋아서 소리 내어 읽기도 했다.

지금 같으면 필사라도 할 기세였다.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카툰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단다.


이런 느낌이다.





웹툰이 드라마와 영화의 원조 아닌 게 없다.

쏟아지는 영상물을 하나하나 골라서 아이에게 노출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웹툰도 가려서 보이기가 어렵다.

웹툰 입문은 늦을수록 좋다고 옆집엄마들은 입을 모으지만 발을 빨리 담그고 졸업시키라는 의견도 있다.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 본 기억도 없고 만화방 라면을 먹은 적도 없다.

대신 책대여점에서 유행하는 소녀 취향의 백마 탄 왕자와 굳센 소녀 스토리는 심취하곤 했다.


방학이라 심사숙고 끝에 만화삼국지를 구비해 놨으나 아이 이목을 끌기는 쉽지 않다.

만화라도 책보다는 영상이 주목을 끌고 책장 넘기기도 귀찮은 아이들이다.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빨리 따라잡아 시청하고 싶지만 실지로는 십 분짜리 압축본으로 훑어보는 나도 할 말은 없다.

어제 다녀온 전철역명을 더듬어 "을지로역, 맞다. 그 을지문덕 장군 나오는 드라마 제목이 뭐드라?"

하니까

"을지 아니고 강감찬 장군이거든요."  온 가족 면박.




역시 난 만화방 세대. 활자가 더 가깝고 편하고 정겨운 사람이다.

웹툰도 좋지만 지금처럼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주섬주섬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이 사이가 참 좋다.


덧붙임.


[광수생각]도 파페포포 같은 카툰 에세이 장르로 한참 동안 사랑을 받았다.


박광수님 [광수생각], 커버 [파페포포] 출처 네이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떡국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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