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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Han Feb 12. 2023

허버트 벤슨, 이완반응

명상 초심자를 위해 자신있게 추천하는 명상 입문서

들어가며


명상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종교로부터 들어가는 방법도 있고, 자신이 속한 문화권에서 그 향기를 쫓아 들어가게 될 수도 있으며, 누구는 명상의 정적인 면에 끌리고 누군가는 명상의 동적인 면에 끌리기도 한다.


그런데, 세상은 갈수록 빠르게 바뀌는 데 비해, 명상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변화에는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즉각적이고 쉬우면서 빠른 템포의 전달 방식은 어떻게 보면 명상이 추구하는 방향과 쉽게 매칭되지 않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많은 것이 즉각적이고 쉬우면서 빠른 사회가 되면서 명상이 갖는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져 버렸다.

명상을 과거의 멋진 영광과 추억으로 남겨놓기에는 아직은 명상이 이 세상에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추천하는 이유


이 책은 명상이라는 단어를 앞에 내세우지 않고도 정말 쉽고 빠르게 명상에 대해 알 수 있게 해준다. 생각해보면 이게 맞는 접근이다.


사전에서도 용어의 뜻을 설명할 때는 표제어 없이 다른 쉬운 단어들로 설명하지 않는가? 명상이라는 단어만 주구장창 보고 있다고 해서 명상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알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명상을 현실, 실용, 검증가능, 합리와 논리의 영역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초심자에게 찰떡같은 인사이트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명상은 주로 현실에서 벗어난, 감각적인, 이해의 영역을 벗어나는 감성의 영역에서 설명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기존의 명상에 대한 접근방식에 혼란과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완반응>은 명쾌한 해설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상에 대한 설명을 에너지, 기운, 관념, 종교가 아닌 실험, 생리학, 경험, 과학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투쟁- 도피 반응


이 책에서는 정서심리학에서 널리 알려진 <투쟁-도피 반응>이라는 개념으로부터 명상을 설명한다.


인간의 의사결정을 극단적으로 압축해 유형화해 보면, 투쟁(맞선다,대처한다,접촉한다, 지각한다, 인식한다,경험한다,행한다)과 도피(피한다,배제한다, 무시한다, 제외한다)로 나눌 수 있다.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


오늘 뭐 먹지? 라는 질문에 대한 의사결정으로 예를 들어본다면,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샐러드를 택하는 것>은 투쟁일 수 있고, <있다가 점심시간 되면 그때 본격적으로 고민하겠다> 한다면 도피일 수 있겠다. <친구 따라 아무거나 먹지 뭐> 라는 생각은 도피에 가까워 보이고, <오늘은 맛있는 거 한번 먹어보자>는 다짐은 투쟁에 가깝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투쟁-도피 반응의 핵심은, 어떤 크거나 작은 반응이더라도 상관없이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주의 자원일 수 있고(우리가 흔히 '신경 쓴다' 라고 말할 때의 그 신경이다), 생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혈압의 상승이나, 아드레날린 혹은 코르티졸과 같은 신경전달물질로 인해 끌어 쓴 체력 자원일 수도 있다.

즉, 투쟁-도피 반응은 정신적 반응이지만 운동을 하면 힘들어 지듯이 우리의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생리적 반응인 것이다.

스트레스 반응은 우리의 에너지를 조절하는 매커니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투쟁-도피 반응의 문제점


투쟁-도피 반응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너무나도 중요한 기능이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문제들이 있다.


그 문제의 시작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가 되면서 생존의 정의가 바뀌고 생존을 위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달라졌지만 우리의 반응체계는 아직까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우리 몸은 현대 사회를 아직 잘 모른다

예를 들어, 우리는 차에 치이면 바로 죽지만, 살면서 보게 되는 수많은 자동차에 대해 투쟁-도피 반응이 발동된다면 우리의 에너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다 고갈되어 버릴 것이다.

그래서 이어지는 두 번째 문제.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투쟁-도피 반응에 투쟁할지 도피할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투쟁-도피 반응에 반응하기


투쟁-도피 반응에 반응하는 법은 무엇일까? 이 방법을 알아내려면 투쟁-도피 반응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이 반응은 내가 선택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일종의 반사 반응이다.

대중심리학, 혹은 명상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예시는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코끼리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사자나 고래 같은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유사품으로 <인간의 뇌는 '부정'을 할 수 없다> 가 있다.


그럼 투쟁-도피 반응에 대응할 수 있는 반응은 뭘까? (사실 이미 이 글을 읽은 시점에서 정답을 알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완 반응이겠지 뭐겠는가?)

이완 반응도 투쟁-도피 반응처럼 일종의 생리적 반응이자 상태지만, 이완반응을 끌어내기 위한 기법들은 행동의 영역에서 의식적으로 조절 가능한 방식들로 이뤄져 있다.


이완 반응을 명상 상태에, 이완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기법들은 명상 행위에, 이완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기법을 연습하는 것을 명상 훈련에 대응하면 되겠다.


이완 반응 → 명상 상태
이완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기법 → 명상 행위
이완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기법을 연습 → 명상 훈련

 


마치며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이완반응의 주요 주제를 가지고 명상을 설명하는 글을 작성해보려고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려니 진도가 마음먹은 만큼 빠르게 나가주지 못하는 상황이니, 연재를 기다리며 실재로 '이완반응'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 권 사서 두고두고 읽어도 후회 없을 좋은 책이고, 밀리의서재에서도 e-book으로 대여 가능하다.


(책의 주요 구절을 인용한 짧은 글을 인스타그램 @mdti.coach에 업로드하고 있으니,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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