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단서
숨만 쉬어도 좋은 시간이었다. 주말 아침이었고, 책상 맡에 앉아있었다. 시선이 책장에 꽂힌 책등에 꽂혔다. 펼치지 않았기에 상상은 글자 밖에 모든 걸 읽어낸다. 나는 양반다리 하고 앉아 한 걸음도 걷질 않았는데 정신은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넘나 드느라 분주하다 못해 산만해졌다. 그 많은 곳을 둘러볼 여유가 있어 마음은 결코 조급해지지 않는다. 잠깐 딴생각 좀 했다 싶었는데 어느새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혼자서 생각만 해도 재밌는 시간은 숨만 쉬어도 좋다는 문장이 되었다. 누군가도 분명 알고 있을 이 재미를 적어둔다. 굳이 적는 이유는 기대 때문이다. 서로가 아는 좋은 것을 늘여가면 마치 많은 것들이 좋아질 거란 봄 같은 그 설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