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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6. 2024

베트남식 은행영업

공개적이고 투명한 은행 영업??

 아침시간 커피숍에는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말에는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마치고 저렴한 음료에 휴식을 즐기러 나온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중 아침 근무시간이 지난 시간에도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의아한 마음이 들곤 했다. 


 호치민에서 근무를 하던 당시 아침에 업체를 만나러 가게 되면 사무실이 아닌 빌딩 밑 커피숍에서 보자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당시에는 백화점 부지개발 업무를 하던 터라 중개인들을 만나는 경우도 많았고, 그렇기 때문에 비밀스럽게 외부에서 만나는 것도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커피숍에 들어가 주변을 살펴보면 서류들을 펼쳐 놓고 업무를 보는 듯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베트남 지인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공적인 일이 아닌, 자기의 업무와 관련된 일을 상담하거나 협의를 하는 경우에는 밖으로 나와서 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주말 아침은 그런 업무를 보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알려 주었다. 깔끔한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Pho(쌀국수)나 커피, 음료 등을 함께 하면서 남의 눈치 안 보고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KNG Mall에 VIB(베트남국제상업은행, Vietnam International Commercial Bank) 은행이 입점을 하였다. VIB 은행은 베트남에서 9번째 규모에 해당하는 은행이다. 새로 개설한 매장을 보면 상담을 할 수 있는 테이블이 은행창구 업무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 점이 특이한데 상담을 하는 고객들의 모습을 가끔 보이는 것을 보면 단순 데코는 아닌 듯하다. 상업은행이다 보니 기업을 상대로 하는 업무가 있다 보니 서류들을 함께 점검하기 위해 이런 의탁자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VIB 은행 내부 전경

 그런데 오전 영업시간이 시작된 후에도 생소한 모습들이 자주 발견되곤 하였다. 은행원들이 고객들과 함께 하일랜드 카페에 와서 상담을 하고 노닥(?) 거리는 것이 심심치 않은 것이다. 

은행 업무 상담을 하고 있는 은행원
사복(파티복) 차림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은행원 모습

 아침마다 은행 직원들이 카페로 나와 기업인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상담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은행 근무복이 아닌 파티복 차림을 하고 상담을 하는 모습도 목격이 된다. 그리곤 오후가 되면 다시 은행 근무복을 입고 나타난다. 

 '무슨 업무를 하길래 꽃단장을 하고 고객을 외부에서 응대하는 것일까?' 은행 바로 옆에 있으니 다른 직원들이나 상사들도 뻔히 알 텐데 당당하게 한 시간이 넘게 앉아 있다 들어가는 것을 보면 정당한 업무를 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이해는 되지 않는다.  

 

 우리식(베트남 사회주의)대로 업무는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은행 업무 실적은 실적대로 쌓아가면서 나만의 실적은 따로 만들겠다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문화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이해는 되지 않는 상황이다. 2층에 있는 한국의 신한은행 직원들은 근무시간 내내 자기 데스크에 앉아 고객을 상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보이지 않는 비리 없이, 저렇게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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