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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26. 2024

베트남은 항상 여름? No!!

우리는 모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나라

 6월의 어느 날엔가 갑자기 허리가 아파오고 몸은 나른해져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틀을 숙소에서 누워 있었다. 매장에 나오자 매니저가 '요즘 환절기가 몸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며 건강 조심하라'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매년 한 두 번씩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겨 쉬곤 했는데 그때가 환절기였던 것 같다. 건기에서 우기로 바뀌고 또 우기에서 건기로 바뀌는 시기. 


 유통(retail)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베트남이 아열대 기후이고 건기와 우기밖에 없어서 옷장사 하기가 너무 힘들다고들 말하곤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더운 날씨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더운데 칭칭 감고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고 할 이유가 없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데 한 가지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사계절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겨울이 되면 추운 것에 익숙해져 있고 여름에는 또 더운 것에 익숙해서 그 계절에 맞춰 몸이 바로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역사적으로 몸이 변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베트남 사람들은 더위에는 익숙해 있지만 조그마한 추위(?)에도 몸이 움츠려 들고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북부 지방은 나름의 사계절이 있다. 단풍도 보이고, 가끔, 아주 가끔 영하로도 떨어지기까지 한다. 몇 년 전 북부 하노이 지방에 기온이 영상 1~2도가 되었는데 수 명이 동사해서 죽었고 그 기회를 이용해 한국에서 전기장판을 수입해 판매해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8월 어느 날 아침 출근길

 무더운 한 여름 8월의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후드 집업을 입고 (심지어 기모가 들어있는) 스카프 등으로 몸을 감싸고 도로를 달리는 이유는 아침의 찬(?) 바람을 못 이기기 때문이다. 9월이 지나면 이곳의 나무들도 잎에 물이 마르고 조금씩 색을 변화시킨다. 한국의 단풍처럼 가을 느낌을 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특히나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쇼핑몰이나 백화점에도 옷들이 바뀐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도.

 한겨울인 서울을 생각하면 베트남 남부는 아직 한 여름일지 모른다. 하지만 1월의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에 창문을 열어 놓고 잠을 잘 수 없고, 주변의 나무들도 낙엽을 떨구고, 열매도 양분이 모자란 듯 떨어져 버리고 만다. 잔디도 힘 없이 누렇게 변해 버려 마치 한국의 가을 풍경을 연상케 한다.  

1월 열매를 떨군 열대식물
1월 바싹 말라버린 잔디

 베트남 남부도 이 정도인데 중부나 북부 하노이 등은 어떠하겠는가? 베트남에 우리가 보고 느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뚜렷한 구분은 없을지 언정,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과 신체 속에는 분명히 사계절이 있음을 알아야, 베트남 사람들을 상대로 소통도 하고 비즈니즈도 할 수 있지 않을까?


 10여 년을 살고서야 건기와 우기가 바뀌는 시기와 겨울로 가는 시기를 몸이 느끼는 모양이다.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것을 보면 이제 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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